'상호관세' 피했지만 트럼프 '부가세 상응 관세' 엄포…車 사정권
수출 억제 물량 현지생산 만회…올해 가동되는 HMGMA, 캐파 50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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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까지도 두루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상호관세' 부과 조치는 각국을 상대로 4월 1일 이후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지만, 대미 무역흑자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 역시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25.2.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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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의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수출제한조치(VER)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며 오는 4월 수입차에 대한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최대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해 지금과 같은 면세 혜택을 유지하는 전략을 우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VER은 무역 상대국이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우려가 있을 경우 수출국이 자발적으로 교역 물량을 줄여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올해부터 현대차그룹 미국 신공장(HMGMA)이 본격 가동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적을 안겨주면서도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악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美에 없는 부가세, 韓·日·EU 시행…트럼프 추가 관세 부과 명분으로
18일 외신과 업계, 학계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자동차 관세는 크게 상호 관세와 부가세에 상응하는 추가 관세다.
먼저 상호 관세는 무역 상대국 간 동등한 세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다분히 유럽연합(EU)을 겨냥한 조치다. 미국이 EU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2.5%인 데 반해 EU가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0%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에 7.5%포인트(p)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면 EU와 관세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부가세에 상응하는 추가 관세는 관세 불균형이 없는 국가에도 관세를 매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고안한 논리다. 한국, 일본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무관세로 자동차를 수출입 하는 국가가 대표적이다. 제품의 생산·유통·소비 단계마다 한국과 일본은 10%, EU는 17~27%의 부가세를 매기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부가세가 없다. 최종 구매자가 내는 판매세만 있을 뿐이다. 자동차 판매세율은 주별로 다르지만 평균 4.9%로 낮은 편이다. 이러한 부가세를 비(非)관세 장벽으로 보고 이에 상응하는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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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상호관세'에 관한 메모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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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결손 30조' 부가세 인하 비현실적…80년대 일본車 VER 시행한 적도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부가세 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는 30조 8000억 원으로 전년(56조 원)에 이어 2년 연속 발생했다. 올해에도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현실성 없는 대안이다.
결국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VER로 우리 스스로 대미 자동차 수출 물량을 하향 조정하거나, 미국산 자동차 수입 물량을 늘려 대미 흑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 정도만 남는다. 그중에서도 VER은 무역 흑자국이 이에 불만을 품은 상대국을 달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는 게 학계의 평가다.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는 VER에 대해 "굉장히 센 조치이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다"며 "과거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고 하자 일본은 연간 대미 수출 대수를 제한하는 대신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43만 2713대로 2020년(82만 5071대) 대비 73.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량은 6만 7561대에서 4만 4296대로 34.4% 감소했다. 이를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 달러(약 50조 4500억 원)에 달하지만, 미국산 자동차 수입 규모는 21억 달러(3조 500억 원)에 그쳤다. 약 17배 차이다.
2년 전 수준 줄여도 만회 가능…호주, 철강 관세 피하려 VER 약속한 듯
VER로 연간 자동차 대미 수출 물량을 2023년 수준(약 130만 대)으로 하향 조정하면 지난해 대비 13만 대 이상 수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미국 조지아주에서 본격 가동되는 HMGMA에선 연간 전기차(BEV)는 물론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차(HEV)를 총 30만~50만 대가량 생산할 수 있다. 줄어든 수출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메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현대모비스가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부품 공장이 올해 하반기 완공되면 완성차 미국 현지 생산으로 한국산 부품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서 호주가 유일하게 면제 검토국에 올랐는데, VER을 시행하기로 물밑에서 합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명한 포고문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과 함께 "호주는 알루미늄 수출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자발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기존(2018년) 구두 약속을 무시했다" 적시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가진 뒤 취재진에게 호주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는 "VER이 좋은 대안이 되려면 결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를 수용해야 한다"며 "각국 지도자만 상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부처 또는 개별 기업의 제안을 실효성 있게 받아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나서서 미국 상원을 상대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중 상당수는 우리 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투자에 기인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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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오는 3월 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11일 인천의 한 제철공장에 철근이 쌓여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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