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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컴백의 단단한 뒷배 '브롤리가르히'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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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후원 및 지지해 온 기술·금융 재벌…비선출 권력층으로 등극

우월감 젖어 법치에 어긋난 발언도…국가 시스템 약화 추구하는 경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취임 하루를 앞두고 워싱턴 '캐피털 원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MAGA 대선 승리 축하 집회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환영하고 있다. 2025.01.2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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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트럼프 정권의 귀환에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세력이 있다. 바로 첨단기술산업 및 금융권 핵심 인사들로 형성된 '브롤리가르히'다.

기술·자본 앞세운 트럼프 시대의 新권력층
브롤리가르히는 '브라더(brother·형제)'와 '올리가르히(oligarchy·과두정치)'가 합쳐진 말이다. 브라더들의 우정으로 똘똘 뭉친 소수자에 의한 정치 지배를 뜻한다. 올리가르히가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정적 기반 역할을 하는 '신흥 재벌'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풍자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일등 공신이라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대표적 브롤리가르히다. 그는 선출직이 아닌 경영인 출신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 수장직을 꿰찼다. 비선출직 기업 CEO의 영향력이 행정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 밖에도 브롤리가르히에는 △온라인 송금 서비스 페이팔과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공동 창립자인 피터 틸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크 앤드리슨 △벤처 투자자 데이비드 삭스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에 수백만 달러를 후원했다.

MSNBC에 따르면 애플 CEO 팀 쿡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개인 재산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 원)를 기부했으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도 이에 준하는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로렌 산체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참석했다. 2025.01.2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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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법망 초월한 그들만의 리그
브룩 해링턴 다트머스대학 경제사회학과교수는 디애틀랜틱 기고를 통해 "엄청난 권력이 기술 및 금융 거물에게 흘러가고 있으며, 그들 중 일부는 민주주의 전통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공공연히 적대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롤리가르히라는 신종 집단을 관통하는 특징은 '우월감'이다. 법치를 초월한 언행도 서슴지 않는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2005년, "나는 자동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에게 끌린다. 그냥 키스한다. 기다리지도 않는다. 스타가 되면 그들은 당신이 그렇게 하게 내버려둔다"며 대놓고 성폭력을 옹호한 바 있다.

머스크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었던 지난 9월, "높은 지위의 남성으로 구성된 공화국이 의사 결정에 가장 좋다. 민주주의이지만 생각할 자유가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민주주의"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흥미로운 관찰"이라는 답글을 달았다.

앤드리슨은 지난해 발표한 선언문에서 "공격적 성격이 없는 걸작은 없다"며 "기술은 미지의 힘에 대한 폭력적 공격이어야 하며, 인간 앞에 절하도록 강요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인간은 기술의 "지배자"라며 "우리는 자연을 믿지만 자연을 극복하는 것도 믿는다. 우리는 번개를 두려워하는 원시인이 아니라 정점 포식자"라고 주장했다.

세 명의 발언에는 상대적으로 더 우월한 존재가 통제권을 갖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대가에 대한 인식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수년간 세금 납부를 회피했다는 말을 공공연히 자랑하며 "그게(세금 회피) 나를 똑똑하게 만든다"고 했다. 머스크는 2018년,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틸은 정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비과세로 50억 달러(약 7조250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브롤리가르히는 민주주의의 위협인가
해링턴 교수는 브롤리가르히가 과거 과두 정권과 구별되는 요소로 "이들의 정치적 비전이 전 세계적으로 국가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꼽았다.

뒷받침 사례로는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화 프로젝트, 틸과 앤드리슨의 온두라스 '프로스페라' 경제특구 프로젝트 등을 들었다. 두 사례 모두 정부 개입과 과세를 최소화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경제, 통화 정책에서도 '탈중앙화'라는 경향성은 뚜렷하다. 브롤리가르히 인사들은 오랫동안 글로벌 금융에 대한 정부 통제를 약화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틸은 2014년, 저서 '제로 투 원'에서 자신과 머스크 등 창업자들이 페이팔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미국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인터넷 통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또 머스크는 '도지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암호화폐 도지코인에 대한 지지를 대대적으로 표명해 왔다.

데이비드 삭스가 2016년 9월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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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장은 이미 트럼프 정권의 정책 기조로 발현되고 있다. 그는 대선 중, 추후 전략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해 암호화폐를 미국 통화 정책의 중심에 세우겠다고 했으며, 삭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백악관의 'AI·암호화폐 차르'로 임명했다.

기축 통화로서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화폐였던 달러의 세력 약화는 곧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지배력을 후퇴시킬 수 있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 공백을 차지할 확률이 높은 이들은 결국 "그 나라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라고 해링턴 교수는 꼬집었다.

브롤리가르히의 시대에서는 표현의 자유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언론뿐만 아니라 SNS도 자본의 힘, 브롤리가르히의 방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달 초, 만평가 앤 텔네스의 만평 게재를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 기술 재벌들이 엎드린 그림이었다. 편집부는 "그의 사건 해석에 동의할 수 없다"며 "만화와 같은 주제의 칼럼을 게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텔네스는 퇴직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마존 프라임에서 멜라니아 트럼프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독점 공개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마존은 이 계약을 따기 위해 40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지불했다.

메타와 페이스북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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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은 그동안 허위 정보 확산에 맞서기 위해 유지해 온 제3차 펙트체크 기능을 폐지했다. 저커버그는 동시에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부참모장을 지낸 조엘 카플란을 메타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로 승진시켰다. 이사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 다나 화이트를 추대하기도 했다.

한편 페이스북 펙트체크 기능은 2016년, 로힝야족 학살을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도구로 페이스북을 이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군부는 "로힝야족이나 다른 무슬림들을 개·구더기·강간범이라 부르며 총살하거나 박멸하라"고 부추겼다. 저커버그는 브롤리가르히 대열에 합류하며 증오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망을 해체해버린 셈이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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