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육박하는 美 10년물 금리
미국 10년물 금리가 한 달 만에 0.5%포인트가량 치솟으면서 미국 주식 시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
높아지는 장기물 채권 금리가 증시 상승을 가로막는 현상이 연초부터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5일(이하 현지 시간) 기준 미국 10년물 금리는 4.7%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중순 4.2% 선을 오가던 10년물 금리는 한 달 만에 0.5%포인트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6100선에서 5900대 초반으로 밀렸다. 소형주 위주 러셀2000 지수 역시 2400선에서 2200대 중반으로 후퇴했다.
장기물 금리가 높아지면 증시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진다. 통상 주가는 기업이 거두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매겨진다. 금리가 치솟으면 이 미래 이익을 현재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 주가가 조정받을 여지가 생긴다. 또 금리가 오르면 무위험 자산인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주식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늘어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감세와 관세, 불법 이민 척결을 줄곧 부르짖었다. 문제는 이 모든 공약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거란 전망과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높은 관세를 매기면 그만큼 상품 가격도 오른다. 여기에 주로 저가 일자리를 담당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이 대거 쫓겨나면 일할 사람이 부족해져 임금이 오르고 결국 인플레이션 재발에 기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증시를 하락시키는 ‘밸류에이션 부담’
감세 역시 국채 금리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규모 감세로 국가 재정이 비면 미국 입장에서는 채권을 더 찍어 이를 보전하는 수밖에 없다. 채권 공급량이 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이는 채권 금리가 오르는 배경이 된다.
미국의 탄탄한 경제 상황도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지난 1월 10일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한 4.1%를 찍었고 일자리 증가폭은 25만6000명에 달해 전월보다 4만4000명이나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미국 GDP는 전분기 대비 3.1%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Fed)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역시 2.7%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장기물 금리는 지속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미국 증시 호황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높아진 장기 금리가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쉽게 사그라들기 힘든 구조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한 미국 장기물 금리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월 15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해 전월(2.7%)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하지만 변동폭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올라 전월(3.3%) 대비 상승 추세가 좀 둔화됐다. 엇갈린 데이터였지만 이날 미국 장기물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증시가 급등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CPI가 미국 Fed 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상황이지만 근원 CPI가 둔화됐다는 이유만으로 반전 스토리를 쓴 것이다. 이는 작은 신호로도 연초 장기물 금리 상승 랠리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기존 공약 일부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국채 시장은 이를 호재로 인식해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 = 홍장원 특파원 hong.jangw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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