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 ETF, 매도 전까지 배당소득세 유보…"조세 형평성 어긋나"
복리효과 노리던 투자자들 당황…6조 TR ETF 시장 타격
해외주식형 TR ETF 현황/그래픽=이지혜 |
오는 7월1일부터 해외주식형 TR(Total Return·배당 재투자) ETF(상장지수펀드)가 사라진다. 기획재정부는 해당 상품이 매도 때까지 배당소득세 과세가 유보된다는 점을 문제 삼아 운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최근 해외주식형 ETF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난감해졌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으로, TR ETF 투자자들은 ETF를 매도하기 전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현행 소득세법 예외 규정에서 ETF가 지수 구성 종목을 교체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은 분배를 유보할 수 있도록 해서다. 자산운용사들은 TR ETF의 배당금 재투자가 ETF 기초지수의 구성 종목 교체에 해당한다고 해석하고, 관련 상품을 내놨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기재부는 오는 7월1일부터 해외주식형 TR ETF에 대한 분배유보 범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분배금을 바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도록 해 사실상 ETF를 더 이상 TR 방식으로 운용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다만, 국내 시장 지원을 위해 국내주식형 TR ETF의 운용은 허용했다.
복리 효과를 노려 TR ETF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얻기 힘들어졌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해외주식형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TR ETF의 경우 분배금을 자동 재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재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매매수수료와 매매 호가에 따른 실질 체결 비용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복리 효과가 크고, 배당소득세도 이연된다는 장점이 있어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었다.
실제로 전날 기준 해외주식형 TR ETF 6종의 순자산은 6조5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4278억원 증가했다.
국내 시장 육성을 위해 해외주식형 TR ETF만 없앤다는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에 그만큼 해외주식형 TR ETF가 늘어난 것"이라며 "TR ETF를 통해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했는데 상품이 사라지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주식형 TR ETF를 운용 중인 회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 상품의 순자산이 5조2817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기재부의 발표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TR ETF의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낮추며 해당 상품 키우기에 나섰었다.
반면 TR ETF에 대한 오래된 논란이 정리된 만큼 ETF 업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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