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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트럼프 '보조금 지급 중단' 움직임…발등에 불 떨어진 삼성·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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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백악관 지출 잠정중단 지시 이어 상무부 장관도 "지급 보장 못해",
보조금 차질 현실화 땐 비용 손실·생산일정 지연 등 글로벌 전략 차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였던 2019년 6월30일 방한 당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와의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당시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그룹 당시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 총수 20여명이 참석했다. /YTN 화면 캡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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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방침을 잇따라 내비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 밀려 억지춘향식 현지투자를 결정하면서도 수천억원 규모의 미국 연방정부 보조금을 위안거리로 삼았던 업계 입장에선 비용 손실은 물론, 생산 지연 우려 등 글로벌 전략 차질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해외기업들이)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며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반도체법은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라면서도 "보조금 지급 이행을 약속하려면 계약을 검토해 제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러트닉 지명자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면 별도 보조금 없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도 관세부과 대상으로 반도체, 의약품, 철강을 꼽으며 해외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경우 감세 혜택을 받을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집권 1기 당시였던 2018년 1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생산한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던 사실을 성공사례로 언급하면서 "내가 없었다면 오하이오주 월풀 공장은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법 보조금이 뒤집힐 가능성을 우려해 임기 막바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대미 투자 기업들과 보조금 지급 확정 계약을 체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이날 러트닉 지명자의 발언까지 고려하면 보조금 지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2024년 4월16일 사진.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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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전날 배스 예산관리국 국장 대행 명의로 연방정부 기관에 '반도체 인센티브 프로그램', '청정 차량을 위한 세액공제',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 등이 포함된 연방 차원의 보조금과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메모도 하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 맞지 않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사업을 걸러내겠다는 취지의 이 같은 조치에 워싱턴DC 연방법원이 같은날 보류 명령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지만 백악관은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 이니셔티브'와 기후 변화 등과 관련한 연방 차원의 지출을 겨냥한 행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현실화하면 한국 기업이 받기로 했던 수천억원~수조원의 혜택이 줄어들면서 미국 현지 공장 착공과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70억달러 이상을 들여 2026년까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2월 미국 상무부와 47억4500만달러(약 6조88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최종 계약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2028년까지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용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달 미 상부부와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4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계약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별로 글로벌 전략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한국 가전업체와 일본 철강 등 동맹국 우위 산업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러트닉 지명자는 "그동안 동맹들이 미국의 선량함을 이용해왔다"며 "일본의 철강, 한국의 가전이 미국과 협력해 생산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들이 미국 내 제조업 생산성을 늘리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지명자는 해외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밝힌 관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관세가 기업들이 돌아와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할 것"이라며 "동맹도 관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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