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실적 악화·캐즘, 배터리 업계 사면초가
역대 최대 R&D 투자로 전고체 개발 사활
배터리 3사, 상용화 성공시 글로벌 경쟁 우위
관세 변수·中 견제 속…“배터리 방향성 변함 없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샘플 모형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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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시사하면서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받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 장기화 여파 속 실적악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점유율 증가 등 대내외적 상황들을 이른바 ‘배터리 빅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를 포위하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반전 카드가 절실한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하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다양한 미래 신기술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전고체 배터리가 단연 1순위로 꼽힌다.
이들 모두 배터리 용량은 늘리면서도 무게·부피·화재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 전기차의 안정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합리적 가격으로 양산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배터리 생태계에서 ‘넥스트 게임체인저’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 개념도 [LG에너지솔루션 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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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3월 업계 최초로 수원에 위치한 SDI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S라인)을 구축하고, 같은 해 6월부터 시제품 생산을 시작한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공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인 생산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을 마무리하는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산 준비가 끝나면 전고체 배터리 샘플 생산 및 공급을 통해 고객들과 배터리 스펙을 조율하고 프로젝트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이미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4’에서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900Wh/L(와트시/리터)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준비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독자적으로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의 개선과 무음극 기술을 통해 음극의 부피를 줄이는 등 에너지 밀도를 각형 배터리 대비 약 40%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기술 장벽이 그만큼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황화물은 공기 중 수분과 반응해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제조·사용 과정에서 엄격한 건식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데, 해당 공정을 완성할 경우 상당히 높은 기술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오는 2030년을 타깃으로 양산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 양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등 상용화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지속적인 R&D투자와 오픈이노베이션 등 활동을 통해 전반적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역량을 높이는 일도 주력하고 있다.
SK온과 공동연구팀의 전고체 배터리 연구 내용이 실린 국제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표지 [SK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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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국내 유수 대학 기관과 함께 진행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과제의 결과물이 논문으로 작성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게재되기도 했다. 일부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국내외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대표적으로 SK온은 망간리치(LMRO) 양극재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적용 가능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이규태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 진행한 이 연구는 에너지 소재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의 표지 논문으로 지난달 발간됐다.
자체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과의 무한 경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세계 5위권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LB 역시 지난해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4 CALB 글로벌 에코 콘퍼런스’에서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전격 공개했다. CALB는 오는 2027년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2028년 대량 양산 체제에 돌입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토요타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 샘플 [토요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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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독자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는 점도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중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범 양산하고, 오는 2030년 전후로 본격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일본의 선두주자이자 글로벌 차량 판매 1위 토요타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상하이자동차(SAIC)는 2026년부터 독자적인 브랜드 자동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변수’에 대해서도 일단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 개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4일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행정명령 구상이나 정책 방향성을 살펴보면, 미국 관세 정책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전동화 속도를 늦추겠지만 배터리 사업의 미래 방향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400억 달러(약 5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캐즘) 시기는 실력 있는 곳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곳은 사라지는 때인 만큼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생존을 위해서는 꾸준한 R&D 비용 투자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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