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북한남사거리 육교 위에 용산구청이 매단 안내문이 걸려 있다.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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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5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한남대로를 가로지르는 ‘북한남 삼거리 육교’. 한남사거리 북쪽에 있는 이 육교는 계단를 오를 때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렸다.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는 사람이 쉴새 없이 교차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북한남사거리 육교 위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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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위는 플라스틱 구조물을 설치해 반으로 갈라놓았다. 육교를 걷는 시민들이 한 방향으로 가도록 해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은 시민둘에게 한줄로 앞사람과 거리를 두고 걸어가라는 ‘안전보행’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육교에 오르자마자 흔들림이 느껴졌다. 난간 중간중간에는 “본 육교는 길이가 긴 보도육교로 육교 특성상 흔들림이 있으나, 통행상 안전에는 문제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보도육교와 주변의 공간이 협소하여 다중밀집 시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크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행하시기 바랍니다. (필요시) 안전요원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북한남사거리 육교 위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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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준공된 북한남삼거리 육교는 왕복 10차선 도로(한남대로)를 횡단하는 길이 55m·폭 3.5m의 육교로, 용산구에 있는 육교 중 가장 길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북한남사거리 육교 위를 탄핵 찬·반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이 오르내리고 있다.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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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겨레가 관할구청인 용산구청에 안전점검을 확인해 보니, 이 육교는 지난해 안전점검에서 보수·보강 공사가 필요한 ‘시(C)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 관계자는 “북한남삼거리 보도 육교는 2024년 정밀안전점검 용역업체에서 안전등급 시등급을 받았다”며 “시등급은 시설 안전에 크게 지장이 있는 건 아니고,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라 올해 공사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안전등급은 에이(A·우수), 비(B·양호), 시(C·보통), 디(D·미흡), 이(E·불량) 등 5등급으로 나뉜다. 에이 등급은 문제가 없는 최상의 상태, 비·시등급은 경미한 보수가 필요하나 안전에 지장이 없는 상태, 디 등급 이하는 중대한 결함이 있어 사용이 제한된다.
아직 보수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최근 탄핵 찬반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 육교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육교가 흔들린다’는 민원 50여건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여하러 온 60대 여성은 “육교가 흔들리는 게 느껴져서 구청에 물어봤는데 원래 그렇게 설계됐다고 한다. 원래 그렇다고 하니 딱히 걱정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기자가 육교를 다 건널 때까지 흔들리는 느낌은 여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북한남삼거리 육교와 관련해 시설물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과 5일 두차례에 걸쳐 외부기관(전문가)과 합동안전점검을 실시했으며, 안전점검 결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구조적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용산구청과 경찰에서는 육교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육교통행인원을 100명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오는 11일부터는 구조전문가가 현장에 상주해 육교의 안전을 확인할 예정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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