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1661년 제작된 옛 지도를 가리키며 “미국을 멕시코 미국이라고 부르는 게 어떠냐”고 말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실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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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미국만)으로 바꿔 부르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제안에 “미국 국호를 ‘멕시코 아메리카(미국)’로 바꾸는 건 어떠냐”고 되치고 나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 1607년 제작된 옛 지도를 가져와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 지역이 ‘멕시코 아메리카’(AMERICA MEXICANA)로 표기되어 있으며, 멕시코와 미국, 쿠바 등으로 둘러싸인 멕시코만은 지금처럼 멕시코만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도가 제작된 1607년은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1776년보다도 169년이나 앞선다.
그는 이 지도의 지명 표기를 가리키며 “미국을 멕시코 아메리카로 부르는 건 어떠냐, 근사하지 않은가”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멕시코만 개칭 주장을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긴 셈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은 유엔에서 인정한 명칭”이라고 트럼프 당선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17세기에도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이 존재했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다”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기기 전부터 확인되는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고쳐부르겠다”며 “아메리카만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에서 ‘아메리카만’으로 개칭하자고 결정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가 이를 따를지 말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밖에도 미국이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캐나다를 겨냥해선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말하는 등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꾀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본질적으로 범죄 카르텔이 멕시코를 다스리고 있다”고 말할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럽지만 그가 아마 펠리페 칼데론이 여전히 멕시코 대통령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라며 “멕시코는 국민이 다스리는 나라”라고 논박했다.
칼데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2012년 재임하면서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에 나섰으나, 범죄 급증 등 부작용만 남기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그의 측근 인사는 마약 카르텔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며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미국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셰인바움 대통령은 곧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길 희망했다. 그는 “자유롭고 독립된 주권국가로 우리의 주권을 확고히 지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경통제와 보안, 마약밀매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무기가 멕시코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도 관심있다”며 “멕시코에서 압수된 총의 75%가 미국에서 밀수되는 것”이라고 은근히 미국을 직격했다.
실제 멕시코 당국은 미국의 총기제작업체 7곳과 총기판매상 1곳에 대해 ‘마약 카르텔에 총기를 공급해 폭력을 조장했다’며 미국 연방법원에 100억달러(14조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급심에서는 기각됐지만, 지난해 연방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소송을 받아들였다. 현재는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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