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프라이버시권 우선 방침
전문가들 "상속 여부, 미리 정한 방식에 따라야"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개인정보 정책과 기술적 이유 등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SNS 계정 정보와 비밀번호를 유가족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청사.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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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SNS 계정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디지털 유산'이 상속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인이 생전 정한 방식에 따라 유산을 상속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개인정보 정책과 기술적 이유 등으로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SNS 계정 정보와 비밀번호를 유가족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원활한 장례 절차 진행을 위해 희생자들이 생전 사용하던 SNS 등에 남은 지인 정보 등을 공개해 줄 것을 관계 당국에 건의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부모가 돌아가시고 자녀만 남은 경우가 많다"며 "고인의 지인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어 곤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등에 희생자 계정 정보 제공이 가능한지를 문의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계정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 '살아있는 사람이 갖는 상속권'보다 '고인이 생전에 가지고 있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가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유산은 한 개인이 죽기 전 남긴 디지털 흔적으로, 비밀번호와 같은 계정 정보부터 이메일 내용과 같은 이용 정보, 블로그 등에 남긴 사진과 영상, 댓글 등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업계는 상속권보다 프라이버시권을 우선하고 있다"며 "(디지털 유산과 관련) 법률적인 문제와 사회적 합의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도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을 원칙으로 한다"며 "고인의 계정과 비밀번호 등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장윤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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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프라이버시 센터'에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을 명시해 뒀다. 네이버는 "유가족들이 디지털 유품을 요청하거나 추모 등을 이유로 유품 중 일부가 제3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며 "상속권과 추모할 권리, 알 권리 등을 이유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암묵적으로 허용될 경우, 본래의 의도를 벗어나 고인의 정보 도용 및 비밀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정 정보 및 계정이용권에 대해서는 상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회원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 등 계정 정보는 일신전속적 정보"라며 "유족의 요청이 있더라도 제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박았다.
카카오도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따라 대화 내역 등이 남아있는 고인의 계정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두 회사 모두 고인의 회원 탈퇴는 지원한다. 네이버는 유족의 요청이 있을 시 고인과의 관계를 확인 후 회원 탈퇴를 지원한다. 카카오톡은 유족이 '추모 프로필'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데, 고인의 직계 가족의 요청에 따라 추모 프로필 노출 여부가 결정된다. 추모 프로필로 전환되면 고인의 카카오톡 내 모든 그룹 채팅방에서는 자동으로 '나가기' 처리가 이뤄진다. 이 밖에도 고인의 카카오 계정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 한해 계정 삭제 처리도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이용자가 미리 디지털 유산 상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 할지 등을 지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편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으로 접어들게 되면 디지털 형태의 재산을 사후에도 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생전 본인의 의사가 사후에도 실현되도록 하거나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디지털 유산으로부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제도적 기반이 필수불가결하다"며 "이용자의 계정 접근권을 누구에게 줄지를 사전에 결정해 포털사가 갖고 있다가 사망이 확인되면 일정 기간 계정 접속을 허용해 주는 형태로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서비스 제공자들은 생전에 계정 접근권을 누구에게 넘기겠냐고 물은 뒤 세컨드 이메일 계정을 등록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 봐야한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수탁자 디지털 자산 접근에 관한 개정 통일법'을 통해 이용자가 유언장이나 온라인 도구를 통해 상속에 동의할 경우 그의 유산관리자나 수탁자가 해당 전자통신에 접근할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규정했다. 47개 주가 관련법을 입법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법이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다만 계정 정보와 관련해 공개 범위 등을 법으로 규정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입법 전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그래서 안 되면 법을 만드는 게 순서"라며 "기술적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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