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로 모란디. /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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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지중해의 한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린 이탈리아인 마우로 모란디(85)가 세상을 떠났다. 문명으로 복귀한 지 3년 만이다.
7일(현지 시각) CNN 등에 따르면, 모란디는 32년간 이탈리아 사르데냐 인근 부델리섬에서 홀로 살다가 2021년 퇴거 조치된 후 3년 만인 지난 3일 별세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모란디가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시에서 건강 악화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낙상 사고 이후 건강이 악화돼 최근 고향 근처의 양로원에 입원했다가 결국 사망했다.
1989년까지 고향에서 체육 교사로 일했던 그는 자연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을 찾아 항해를 시작했다. 모란디는 원래 폴리네시아로 가려 했으나, 도중에 배가 난파하면서 부델리섬에 정착했다. 당시 섬 관리인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안 모란디는 항해를 포기하고 관리인을 맡아 섬에 정착했다. 부델리섬은 산호와 조개가 잘게 부서져 생긴 분홍색 해변으로 유명하다.
모란디는 해변 관리와 생태계 보호 활동에 전념했다. 산호와 화강암, 조개로 만든 집에서 30년 넘게 생활했고, 인근 라마달레나섬에서 식량을 조달했다. 임시 태양열 발전 시스템을 구축해 전력을 공급받았고 벽난로로 난방을 해결했다. 길을 정비하고 해변을 청소했으며,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섬의 생태계를 설명하는 역할도 했다.
부델리 섬의 풍경 /마우로 모란디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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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디는 정부 측에서 여러 차례 퇴거 요구를 받았다. 2016년 이 섬을 인수한 라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 측은 섬을 생태·환경 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하고 모란디의 자택에 구조 변경을 요구했으며, 불응 시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2020년엔 모란디가 2차 세계대전 때 지어진 오두막을 불법 개조했다며 퇴거를 요구했다. 2021년 이탈리아 정부는 부델리섬을 자연공원으로 지정하면서 모란디를 인근 라마달레나로 이주시켰다. 당시 CNN 인터뷰에서 그는 “80세가 넘어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모란디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7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팔로어들은 고인이 된 모란디를 향해 “이제 수십 년 동안 당신을 보호해 준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추모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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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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