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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달려야 한다, 나이 들어 엉덩이 처지기 싫으면 [강석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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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미국 하버드대의 인류학자 대니얼 리버먼 교수가 제시하는 건강 비결은 명쾌하다. 우리 몸이 진화한 방향에 최대한 가깝게 생활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체는 동적인 생활에 적합한 구조라 정적으로 생활하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쉽다. 많은 현대인이 대사질환에 시달리는 배경이다.



물론 운동이 몸에 좋다는 건 이제 상식이라 필자처럼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하루 한두시간 걸으며 1만보를 채우고 뿌듯해한다. 그런데 리버먼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걷는 거로는 부족하다. 인체는 뛰는 데 최적화된 구조이기 때문에 달리기도 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빨리 걷는 게 달리기 같지만 둘은 전혀 다른 이동 양식이다. 걸을 때는 두 발이 동시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없지만 뛸 때는 다리가 스프링 역할을 해 순간 몸이 공중에 떠 있다. 장딴지 근육을 발꿈치뼈에 연결하는 아킬레스건이 잘 발달한 게 바로 달리기 위해서다. 영장류 가운데 사람이 유독 큰 엉덩이를 지닌 것도 달릴 때 힘을 내고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다. 엉덩이 근육인 큰볼기근은 걸을 때는 활동이 미미하다 뛰면 활동이 급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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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골격에 사람형 근육(위)과 유인원형 근육(아래)을 붙이고 달리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0.65초 동안 이동한 거리가 꽤 차이가 난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근육은 해당 자세에서 활성화된 상태이고 회색은 비활성화된 상태다. 인간형 근육으로 달릴 때만 큰볼기근이 활성화된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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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는 인간이 뛰는 데 최적화된 영장류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논문이 실렸다. 약 320만년 전 살았던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 ‘루시’를 모델로 뛰는 능력을 시뮬레이션한 연구 결과로 현생인류와 비교했을 때 훨씬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자들은 고인류 화석 가운데 가장 유명한 ‘루시’의 골격에 유인원형 근육과 인간형 근육을 붙인 뒤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달리기 능력을 평가했다. 인간형 근육은 부피가 더 크고 부착된 아킬레스건도 크다. 그 결과 인간형 근육을 지녔을 때 최대 속도가 2배가량 더 빨랐고 이때 에너지는 오히려 덜 들었다.



루시의 달리기는 초속 5m로 현생인류의 초속 8m보다는 훨씬 느리고 에너지는 1.7배 더 들어갔다. 실제 루시의 근육은 인간형보다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달리기 능력 차이는 더 컸을 것이다. 루시의 골격 구조는 직립보행에는 적합했지만 달리기에는 미흡했다는 말이다. 즉 달리기는 직립보행 이후 진화한 특성으로 체형이 현생인류와 비슷한 18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 화석 주인공이 최초의 러너로 보인다.



한편 지구력, 즉 오래달리기 능력은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없지만 역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현생인류의 차이가 컸을 것이다. 오래달리기는 일정 속도를 유지하면서 오래 달리는 능력인데, 루시는 최고 속도가 빠르지 않아 오래달리기 속도가 너무 느리다. 반면 현생인류는 오래달리기 속도도 꽤 빨라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냥감을 끈질기게 추적할 수 있다.



이런데도 학창 시절 체육 시간 이후 달려본 적이 없다면 몸에 미안한 일 아닐까. 옷맵시가 안 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큰볼기근 부피가 줄고 처지기 때문이다. 쓰지 않으니 퇴화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 다들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달리기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맵시 있는 뒤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2025년 들어 아직 새해 결심을 하지 않았는데, ‘일주일에 두세번 달리기를 한다’로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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