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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공직자는 자리를 떠나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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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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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



이처럼 파렴치하고 무도한 공직자를 또 다시 볼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공직자는 청렴의 의무와 함께 품위 유지의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행 행정기본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듯이 공직자는 주권자의 위임을 받아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최고위 공직자는 이런 공무원의 의무를 다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란 주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이 집행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을 통해 국방부 장관의 직속상관인 최고위 공직자의 담론과 행태를 짚어 볼 수 있다.



첫째, 최고위 공직자가 툭하면 ‘비상대권’을 들먹여 왔다는 증언으로 미루어보아 애당초 헌법을 수호할 의지를 갖추지 못했거나 준수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검사 출신 선출직 공무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대화와 협상, 타협에 의한 민원행정 수행이 아니라 오로지 물리력, 군사력, 강압에 의한 통치만을 궁색하게 모색해 왔다는 징표라고 지적할 수 있다. 행정 수반이 두루 갖춰야 할 품위나 정당성, 합리성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둘째, 이들 비상계엄 선포에 관련된 공직자들은 국민을 한순간에 충격과 경악, 공포와 불안으로 내몰게 한 비상계엄을 9개월 이상 교묘히 모의하고 준비하고 계획해 왔다. 대통령 관저와 장관 관사, 안전가옥 등에 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특수전사령관 등을 모아놓고 계엄의 필요성과 효과를 반복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래서 여차하면 비상대권을 휘둘러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여 마치 국민을 적으로 돌리게 할 수도 있음을 부지불식간에 주입시켜왔다. 왜냐하면 비상계엄이란 전쟁과 같은 국가 위난 시기에 군대의 물리력을 동원하여 행정 및 사법 업무를 독점 배타적으로 행사하는 말 그대로 최고 수준의 군사작전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들은 ‘폭탄주’를 돌리며 비상계엄을 모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공무와 사무, 공적 공간과 개인적 공간이 서로 뒤엉킨 이 모임에서의 조직문화를 품위 유지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공직자 회동이라고 부를 수 있나? 한마디로 행정수반으로서 헌법 준수와 수호 의무(헌법 제66조),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헌법 제69조,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준수에 반하는 행위다.



넷째, 최고위 공직자는 12월3일 및 12월12일 담화를 통해 궤변과 책임 회피,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허언을 되풀이하였다. 예를 들면 계엄 선포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하게 된 사정을 모두 야당 탓, 국회 탓, 사회단체 탓으로 돌렸으나 이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국회의장과 차담회 한번 같이하지 못한 원인을 누가 먼저 제공하였는지 여부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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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7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열린 93차 위원회에서 이상훈 상임위원이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을 향해 비상계엄 관련 손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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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후안무치하고 부도덕한 방식으로 품위 유지 의무를 포기해 온 최고위 공직자에 의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 임명된 공직자의 지위 역시 그 흠결을 검토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비상계엄 7일 뒤 임명되었다는 진실화해위원장의 경우, 과연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수반된 미증유의 후과로 인한 상태범이요 현행범이라는 혐의자의 직분에서 행한 임명 재가를 누가 합법적이고 적절하며 공정한 직무 수행의 결과라고 보아 줄 것인가 헤아릴 필요가 있다.



거듭 말하지만 공무원의 품위 유지와 신의·성실, 청렴의 의무는 공직자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복무할 때 반드시 준수하고 존중해야 할 덕목이요 가치이며 규범이다. 이런 기본적 의무조차 해태하거나 훼손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최고위 공직자의 직무 수행은 어떤 기준이나 척도를 갖다 대어도 주권자로서는 수용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후안무치하며 무도한 짓이다. 따라서 품위를 지키지 못하는 공직자는 그 자리에서 어서 빨리 떠나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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