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여론조사’까지 끌어와 내란 감싸는 극우·보수 언론

이은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이 6일 오후 ‘언론자유는 내란범의 흉기가 아니라 국민과 민주주의의 도구이다’ 기자회견에서 사례 발표에 나서고 있다. 언론노조 제공

일부 극우·보수 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감싸기를 시도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언론단체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6일 ‘윤석열의 지지율 상승 여론조사, 의도가 뭔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정당한 체포영장의 집행에 불응한 내란수괴 윤석열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투데이 여론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이같은 보도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아시아투데이는 지난 5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탄핵 이후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화일보와 한국경제, 티브이(TV)조선, 머니투데이 등 일부 매체도 해당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했다. 이런 기사의 제목이나 부제목에는 ‘윤 지지율 계엄 후 첫 40% 돌파’, ‘달라진 여론’, ‘2030세대 지지율 상승’ 등 긍정적 문구가 주로 등장했다.

언론연대는 이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해당 여론조사는 그 문항 자체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아시아투데이는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 강제 연행’ 항목에서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전제가 틀렸고, 질문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에 의한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현 시점에서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질문은 오히려 공수처의 정당한 출석 요청을 거부하고,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윤석열과 경호처의 공무집행방해에 관한 내용이었어야 했다”고 짚었다.

언론연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투데이 조사가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갖다붙인 ‘부정선거 의혹’을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려는 의도마저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윤석열이 주장하는 ‘부정선거’의 가능성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쳤고, 해소됐다고 보는 게 옳다”며 “하지만 아시아투데이는 선관위 전산시스템의 해킹,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개 검증의 필요성을 묻는가 하면, 부정선거 의혹 제기를 처벌하는 법안의 찬반을 질문한다”고 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올라온 해당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44%는 ‘선생님께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에 대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요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검증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에 응한 응답자의 40% 이상이 ‘부정선거 의심론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피디(PD)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8개 언론 현업단체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12·3 내란 사태에 동조하는 듯한 일부 언론의 보도·논설 실태를 고발하고 공정 보도를 촉구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앞서 소개한 아시아투데이의 여론조사를 수행한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주로 보수 유튜브 채널 및 매체로부터 조사를 의뢰받았고, 대표의 이력도 특정 정당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동안 주요 선거 지지율과 사회 여론조사를 규모 있고 조사 경험이 많아 객관성이 확보된 기관에 맡겨 보도해 온 것을 잊었다면 이번 기사에는 ‘경도된 의도’가 내포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지지율 조사를 두고 ‘짧은 시간 대규모 대상’에게 적합하지 않은 방법인 ‘랜덤 디지털 다이얼링(RDD) 추출과 에이알에스(ARS) 질의응답’을 써 신뢰도가 매우 낮다는 지적도 있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검증없이 전해 독자로 하여금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지지율 40% 혼선’을 초래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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