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들이 2020년 이후 오프라인 점포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조선비즈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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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연초는 기업들의 희망퇴직과 인사이동이 맞물리는 시기다. 올해 은행권에서는 희망퇴직 범위는 늘어나고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연령대는 빨라졌다. 영업점은 줄고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생긴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이 생각해 낸 고육책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인사발령이 발표된 최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는 1980년대생이 지점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슈가 됐다. 현재 은행권의 지점장은 대부분 20년 이상을 근무한 1970년대생으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이다. 매년 인사 적체를 지적받아 온 시중은행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동시에 희망퇴직 연령범위는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신한은행은 44세 이상이었던 희망퇴직 대상을 38세 이상 직원들로 늘렸다. 지난해 1972년 이전 출생자(만 52세 이상)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던 KB국민은행도 1974년 이전 출생자(만 50세 이상)까지 범위를 넓혔다. 또한 재취업 지원금을 지난해(3400만원)보다 많은 최대 4000만원까지 지급하면서 희망퇴직을 유도했다.
희망퇴직 연령 범위가 늘어남에 따라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자도 전년 대비 20%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희망퇴직 공고를 마무리한 신한은행에서는 총 534명이 신청했다. 전년도 신청자 234명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숫자다. 시중은행 중 제일 먼저 희망퇴직을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자가 전년 대비 20명 증가한 392명으로 집계됐으며, KB국민은행은 전년도(674명)와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 집계 중이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는 확대되는 추세다. 시중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디지털 전환을 늘려가면서 대면영업점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 수는 총 5690개로 최근 5년간 폐점한 곳이 무려 1189곳(17.2%)에 달한다. 또한 은행 입장에서는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고 꾸준히 지적받아 온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장려하고 있다.
은행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아직 30대 희망퇴직자는 드물지만 40대가 되면 더 늦기 전에 금융권 경력을 살려 중소기업이나 저축은행 등으로 옮겨가려는 직원들의 수요가 늘어난다. 특히 은행에서는 퇴직자들에게 평균 5억원, 경력에 따라 많게 10억원까지의 목돈을 챙겨받고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려는 것이다.
특히 매년 은행 실적에 따라 연말 희망퇴직 조건이나 규모가 바뀔 수 있어, 퇴직하려면 조건이 좋을 때 희망퇴직을 접수하려는 직원들도 상당하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올해부터 은행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 확대는 은행들이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다”라며 “제2의 인생을 원하는 직원들이 속속 생겨나는 데다 앞으로 국내 금융 상황 등을 고려하면 희망퇴직 조건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기 어려워 매년 퇴직조건을 비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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