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참가가 저조한 반면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 등이 주인공이 됐다. 사진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웨스트홀에서 7일 개막을 준비 중인 웨이모 전시장. /진상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Las Vegas Convention Center) 웨스트홀에서는 여러 국가의 모빌리티, 전장, 부품 기업들의 부스가 차려졌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의 로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서는 혼다와 스즈키, 지커, GWM 등 일본과 중국 기업들의 부스가 주를 이뤘다. 웨스트홀은 주로 자동차와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이 전시되는 곳이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올해 CES에서 그룹 차원의 기술 시연이나 제품 공개 대신 협력사나 고객사와의 소통을 위해 소규모 공간을 만들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자동차 기업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나 주요 임원이 주요 사업 계획이나 기술을 발표하는 미디어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곳도 없었다.
오랜 기간 독일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거의 매년 CES에 참가하며 주인공 노릇을 해 왔다. 독일 업체들은 주로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전기 동력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다며 다양한 형태의 콘셉트카를 전시했고, IT·전장 부품사와의 협업 계획도 발표했다. 출시 예정 신차를 모터쇼가 아닌 CES에서 공개하는 곳도 많았다.
문제는 여러 차례 CES에서 개발 의지를 보였던 신기술 분야에서 독일 업체들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장은 미국 테슬라와 중국의 BYD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가 추격하는 상황이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경우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 등이 로보택시 사업에서 앞서가고 있는 반면 독일 업체들은 규제에 막히거나 기술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며 상용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산하 브랜드 지커가 'CES 2025'에서 전시한 '001 FR(오른쪽)'과 '믹스' / 진상훈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올해 CES의 웨스트홀에서는 웨이모와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지커, 창청자동차(GWM) 등이 잘 보이는 공간에 제법 큰 규모의 부스를 만들어 기술과 주력 제품 등을 공개하고 있었다.
최근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새로 눈길을 돌린 분야도 비슷한 쪽으로 쏠렸다.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CES에서 챗GPT의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음성 비서’ 기술을 공개했는데, 메르세데스-벤츠도 비슷한 형태의 가상 비서를 주력 신기술로 내놨다. BMW 역시 성능이 보강된 지능형 개인 비서 기술을 같은 해 CES에서 선보였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오랜 기간 CES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차를 신기술로 공개해 왔다. 사진은 폭스바겐이 'CES 2023'에서 공개한 전기 세단 'ID.7'. /폭스바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경쟁사들은 CES에서 자율주행과 AI 비서 등을 넘어선 파격적인 기술을 공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CES에는 불참했지만, 지난 2020년에는 플라잉카를 공개하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를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도요타는 같은 해 자동차가 아닌 미래 첨단 도시 ‘우븐 시티’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이번 CES에서 5년에 걸친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전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회사들은 지난 100년 간 고급차 브랜드의 지위를 누려왔지만, 신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현재는 화려했던 과거가 과감한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