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상가 화재 참사 막은 이유
전문가들은 ‘닫힌 방화문’과 ‘정상 작동한 스프링클러’ ‘열린 옥상문’ 세 가지가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양인성 |
◇방화문이 유독가스 유입 막아
직사각형 모양인 이 건물은 건물 가운데 홀이 있고, 그 양쪽으로 계단이 설치돼 있다. 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층마다 방화문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화문이 잘 닫힌 덕에 1층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2층이나 지하 1층으로 퍼지지 않았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2층에 올라가 보니 연기가 올라온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당장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사고 때 인명 피해는 대부분 유독가스를 들이마셔서 발생한다”며 “방화문만 잘 닫아도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지하 1층 수영장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강습을 받고 있었는데 강사와 함께 지하 5층으로 대피했다가 구조됐다. 1층에 연기가 찬 상황에서 건물 관리인이 방화문과 에어커튼이 설치된 지하 5층 기계실로 안내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방화문이 유독가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2023년 12월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사고 때는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불은 3층에서 시작됐는데 11층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당시 방화문이 열려 있어 유독가스가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23층 꼭대기층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굴뚝 효과’다. 전문가들은 “유독가스는 몇 초 사이에 고층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며 “방화문이 시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스프링클러가 화염 확산 차단
스프링클러도 정상 작동해 화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화재 당시 화염과 유독가스가 건물 외벽을 타고 크게 치솟았는데 정작 실내로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불이 난 1층과 2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차례로 물을 뿜었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가 커튼처럼 ‘수막’을 만들어 화염이 안쪽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고 했다.
건물 2층의 경우 불이 난 쪽 창문은 불에 타 깨졌지만 실내는 불에 타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제때 작동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작년 8월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때는 호텔 안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불길이 삽시간에 커졌다. 에어컨의 전기 합선으로 발생한 불똥이 침구에 떨어지면서 화재가 시작됐는데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만 있었어도 불이 그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는데 이 호텔은 2003년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 관계자는 “야탑동 상가는 2005년 준공됐지만 스프링클러를 잘 갖추고 있었다”며 “매년 검사 때도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열린 옥상문으로 150명 대피
당시 옥상으로 통하는 방화문은 열려 있었다.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할 만한 물건도 쌓여 있지 않았다. 덕분에 시민 150명이 옥상으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불이 완전히 꺼진 뒤 구조대를 따라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160여 명이 사망한 1971년 서울 중구 ‘대연각 호텔’ 화재 사건의 경우 옥상문이 닫혀 있어 피해가 컸다. 시민 20여 명이 옥상문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건축법은 중요한 대피 통로인 옥상문은 항상 개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번 야탑동 상가 건물처럼 옥상에 광장이 있다면 반드시 개방해야 한다. 규정을 지킨 것이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옥상문과 방화문, 스프링클러는 모두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기본만 제대로 지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성남=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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