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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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핼러윈 참사 직후인 2022년 10월 30일 한 온라인게임 대화방에서 여성 희생자들을 상대로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등 이들을 성적으로 비하·모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수차례 쓴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작성한 글이 법적으로 음란한 문언에 해당하는지였다. 기존 판례는 이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가치도 지니지 않는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핼러윈 참사 2주기인 작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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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2심은 A씨가 여성 희생자들을 성적 대상화해 비하하고 모욕하긴 했으나 노골적인 방법으로 남녀의 성적 부위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란물의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입법취지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메시지가 음란한 문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취지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음란한 문언을 전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달리 판단하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20대 여성 희생자의 신체 부위 형상과 질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며 “시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시신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시신을 오욕하는 내용 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추모의 대상인 사망자의 유체(遺體)를 성적 쾌락의 대상과 수단에 불과한 것처럼 비하해 불법적·반사회적 성적 행위를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인격체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 “하급심에서 비슷한 사안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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