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공동 연구팀
40대 여성 뇌에서 ‘스파르가눔증’ 기생충 성공적 제거
초기 MRI, 뇌종양과 유사···오염된 물·날고기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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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진이 극심한 두통을 호소해 뇌종양으로 의심되던 환자의 뇌에서 기생충을 발견해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 환자는 과거 오염된 연못물과 야생 날고기, 날생선 등을 섭취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박혜란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스파르가눔증’ 기생충 감염으로 서울대병원에 내원한 40대 여성 환자에게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시행해 살아있는 기생충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3일 밝혔다. 스파르가눔증은 기생충 유충이 몸으로 들어온 다음 피에 섞여 뇌로 이동해 발생하는 기생충 감염 질환이다. 드물지만 오염된 물이나 익히지 않은 야생동물의 고기 또는 생선을 섭취했을 때 주로 감염된다.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 기생충이 체내에 침투해 뇌로 이동하면 초기에는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발작, 시야결손, 감각이상 등 심각한 신경학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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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신경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Neurology’ 최근호에 실린 증례보고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심한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이며 서울대병원에 방문했다. 당시 의료진은 초기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 왼쪽 후두엽에 종양성 병변이 관찰돼 뇌종양을 의심했다. 이에 수술을 권유했지만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되자 환자는 치료를 거부하고 퇴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7개월 뒤 이 환자는 극심한 두통과 전신 발작으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의료진은 당시 찍은 MRI에서 병변의 위치가 왼쪽 두정엽으로 이동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소견은 스파르가눔증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단서였다. 의료진은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스파르가눔증 항체를 검출했다. 이후 환자의 두개골을 가르는 수술을 통해 살아있는 기생충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례는 스파르가눔증 감염이 MRI에서 종양처럼 보일 수 있으며, 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하고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 교수는 “스파르가눔증은 매우 드문 기생충 질환이지만 오염된 물이나 제대로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영상 검사에서 병변이 이동하는 경우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스파르가눔증 감염 치료가 지연되면 기생충에 의한 신경 손상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며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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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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