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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편집자 레터] 눈물의 골짜기 너머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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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ori salutem(렉토리 살루템).

이 라틴어 문장은 ‘독자에게 인사를’이라는 뜻입니다. 옛날 서양 사람들은 편지나 책 첫머리에 이 글귀를 적었다고 합니다. 이름이나 성별, 직함 없이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인사법이라고 하네요.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간혹 머리글자만 따서 ‘L.S.’라 쓰기도 한답니다. 서울대 서양고전학 대학원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공부한 만화가 김태권씨가 쓴 ‘하루 라틴어 공부’(유유)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책의 부제는 ‘나의 지적인 삶을 위한 라틴어 교양 365′. 1년 동안 하루에 하나씩 라틴어 격언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라틴어는 고대 로마의 언어였고, 서구법은 로마법을 기초로 하고 있지요. 책에 법 관련 격언이 유독 많은 까닭일 겁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iustitia dilata est iustitia negata(유스티티아 딜라타 에스트 유스티티아 네가타). ‘미루어진 정의는 부정당한 정의다’라는 뜻으로, 결과가 정의롭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면 진정한 정의가 실현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마틴 루서 킹이 이 말을 인용해 유명해졌다고 하네요.

라틴어는 또한 성직자의 언어이기도 하죠. 성모 마리아를 향한 간청을 담은 가톨릭 성가 Salve Regina(살베 레지나·평안하소서 여왕이여)에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vallis lacrimarum(발리스 라크리마룸), 즉 ‘눈물의 골짜기’라 칭합니다.

비통함 속에 새해가 왔습니다. 구약성서 욥기 17장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post tenebras spero lucem(포스트 테네브라스 스페로 루쳄·어둠 뒤에 빛이 있기를 희망한다). 눈물의 골짜기 너머, 어둠을 깨치고 빛이 비추길 바라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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