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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아시아나 품었지만 LCC 통합 난제 [CEO LOU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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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국내 항공업계 빅이슈였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통합 항공사는 단숨에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부상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50)의 숙원 과제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다만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개편,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매경이코노미

1975년생/ 미국 남가주대 경영대학원/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한진칼 대표이사/ 대한항공 사장/ 2019년 4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현)/ 한진그룹 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마무리

1조5000억원 들여 자회사 편입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11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모두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 계약금 3000억원 납부를 시작으로 총 1조5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됐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 4년여 기간 동안 그야말로 가시밭길을 걸었다. 산업은행이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결정한 이후 이듬해 11월 대한항공이 인수를 공식화했다. 2021년 1월 튀르키예,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14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한동안 기업결합이 순탄하게 진행되나 싶었지만 EU가 딴지를 걸었다.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조건으로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중복 노선 4개 노선을 국내 LCC에 이관할 것을 내걸었다. 더불어 한국과 유럽 전체 화물 운송 부문에서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봤다.

미국 분위기도 심상찮았다. 미국 정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한미 노선 13개 중 5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 노선에서 독점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넘기고, 에어인천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면서 결국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아냈다. 이어 미국 법무부(DOJ) 승인까지 따내 오랜 기간에 걸친 기업결합 심사를 마쳤다.

대한항공은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한다. 이후 2026년 말까지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위한 경영 시스템 통합, 통합 항공사 이미지 변경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두 항공사 결합은 국내 항공 산업은 물론이고 세계 항공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합 항공사 자산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42조8000억원, 매출은 21조1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보유 항공기 대수는 대한항공 158대, 아시아나항공 80대를 포함해 238대에 이른다.

조원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난항을 겪을 때도 “우린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은)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조 회장 바람대로 숙원과제가 해결됐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다. 공식적인 합병 작업은 끝났지만 합병 이후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과제도 만만찮아

부산 민심 반발에 LCC 통합 진통

무엇보다 항공 운임 인상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사실상 중장거리 노선 독과점 효과가 생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항공권 할인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꼼수’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항공권 실질운임은 극성수기를 제외하고 관계당국이 모니터링하는 상한선보다 낮은 선에서 할인율을 적용해 정해진다. 대한항공 측이 할인율을 낮추면 실질운임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편에서는 사실상 독과점 지위를 얻은 대한항공이 소위 ‘돈 되는’ 노선만 늘리고 수익성 낮은 노선을 없애면서 인기 노선 항공권 가격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글로벌 항공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 통합 항공사의 일방적인 운임 인상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에게 민감한 이슈인 양 사 마일리지를 어떻게 통합할지도 변수다. 대한항공은 향후 2년간 양 사가 별도로 마일리지 제도를 유지하다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마일리지 제도를 통합할 계획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운항 거리에 따라 적립되는 마일리지, 제휴 신용카드 결제로 쌓이는 마일리지로 나뉜다. 제휴카드로 쌓이는 마일리지 가치는 보통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보다 높다. 신용카드마다 다르지만 대한항공은 대체로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씩 적립된다. 만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차이를 두면 아시아나항공 고객 반발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문 컨설팅 업체와 긴밀히 협업해 전환 비율을 결정할 것이다. 공정위 등 유관기관과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 사가 계열사로 둔 저비용항공사 통합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산 지역사회 반발이다.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을 거점으로 통합 LCC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거나 에어부산을 아예 독립법인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에어부산이 아시아나항공 통합법인 자회사를 벗어나 온전한 부산 항공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부산 알짜 기업이자 2023년 영업이익 기준 부산 7위 기업인 에어부산이 부산을 떠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 못하고 있다”며 부산시에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에어부산은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 7578억원, 영업이익 1265억원을 올려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입장은 강경하다.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한 진에어 브랜드로 3사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원태 회장은 “분리 매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기단 규모를 늘리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 LCC 출범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매각안이 확정된 만큼 현실적으로 에어부산 분리 매각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핵심 사업부인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한 상황에서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알짜 자회사다. 에어부산을 떼어놓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당장 수익성을 올리기 어려운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통합 LCC 출범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메가 캐리어’가 탄생한 만큼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불안을 씻어내고 신규 중장거리 노선을 더 늘리는 등 국내 대표 항공사로서 제 몫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는 통합 항공사가 현재 직항 노선이 없는 아일랜드 더블린, 칠레 산티아고 등 유럽·서남아시아·중남미 노선을 신규 취항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항공 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통합 항공사가 서둘러 비전과 글로벌 전략을 제시하면서 관련 산업을 재편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통 끝에 숙원 사업을 해결한 조원태 회장이 남은 과제를 순조롭게 헤쳐나갈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1호 (2025.01.01~2025.0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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