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Trend Now] 영어 인기 시들해지면서 글로벌 영어 성적도 38위서 91위로
1990년대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영어 학습 프로그램 '펑쾅잉위'. 당시 수많은 학생들이 이 학습법을 익히고, 큰 소리로 영어를 따라 읽으며 공부했다. /웨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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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우리나라(중국)에서 영어의 인기가 점점 식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네이버 지식인과 비슷한 중국의 한 웹사이트에서 네티즌 한 명이 이렇게 질문하자, “(학교) 졸업하고 나면 영어가 쓸모없다” “중국어의 위상이 올랐고, 중국어가 이미 국제화됐기 때문이다” 등과 같은 답변이 줄줄이 달렸다.
중국에서 ‘영어 학습 광풍’이 식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한 이래 ‘영어 열풍’이 흔한 캐치프레이즈였던 중국에서, 이젠 그 열정이 시들해졌다”고 전했다.
◇“영어, 왜 배워?”
영어 학습 열기는 지금껏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궈왔다. 1990년대 중국의 스타 강사인 리양이 고안한 ‘펑쾅잉위(風狂英語·Crazy English)’란 영어 학습법은 영어 문장을 목청껏 외쳐대며 반복 학습하는 게 특징이었다. 덕분에 중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큰 소리로 영어를 읽으며 공부하는 모습은 ‘중국식 영어 교육’의 대표적 풍경이었다. 영어 열기는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달아올랐다. 베이징 당국은 올림픽을 맞아 베이징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이 의사소통에 불편하지 않도록 택시 운전사나 경찰, 호텔 직원들에까지 영어를 배우라고 할 정도였다. 이렇게 영어 열풍이 이어지며 2013년쯤 중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중국인이 4억명에 이르고, 매년 영어 교육에 쓰는 돈이 300억위안(약 6조원)이란 중국 매체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영어에 매달리던 중국에서 오히려 반(反)영어 기조까지 고개를 든다고 한다. 이는 우선 중국 내부적인 변화가 컸기 때문이다. 한때 중국 학생들은 성공을 위해 무조건 영어권 국가에 유학 가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려면 영어 실력은 필수였다. 그러나 이젠 자국에서 교육받는 이점이 되레 커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의 최고 수준 대학은 다양한 대학별 세계 순위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순위에 오르고 있다”면서 “더구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중국으로 돌아온 학생들은 종종 잘 짜인 (중국) 현지 인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영어 열풍 퇴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유학 길이 막힌 데 이어 미·중 갈등으로 중국 대외 환경 변화가 커지며 더욱 심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기 행정부 시절 때 대통령령 10043호를 내놓고 “미국의 민감한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빼내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며 일부 중국인 유학생과 연구자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갈등이 빚어지자 중국 교육 당국도 공교육 과정에 영어 비중을 낮추는 등 중국의 영어 열풍이 시들해졌다는 해석이다.
◇번역 앱까지…中 영어 실력 91위로
거대언어모델(LLM) 인공지능(AI)과 각종 번역 앱이 정교한 기능을 자랑하고 있어 중국에서 영어 등 각종 외국어 학습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물론) 새로운 기술 사용이 능통한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추세가 나타난다”며 “휴대전화가 이미 (외국어 사용에) 유창한데, 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하겠느냐”고 보도했다. 실제로 글로벌 교육기관 EF(에듀케이션퍼스트)가 전 세계 116개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평가한 ‘2024년 영어 능력지수’에서 중국은 2020년 38위에서 2024년 91위로 순위가 급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32→50위)과 일본(55→92위)도 순위가 떨어졌다.
다만 영어 학습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중국 내 의견도 많다. 중국 교육과학원 추자오후이 연구원은 베이징일보에서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외국어(영어)를 소홀하게 가르친다면, 한 세대는 ‘언어 섬’에 남겨져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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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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