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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불타는 여객기서 379명 ‘기적의 탈출’... 日 하네다 항공기 충돌의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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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24년 1월 2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소속 516편 여객기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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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해상보안청 항공기 간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해상보안청 항공기 탑승자 5명이 사망했지만, JAL 여객기 탑승자는 379명 모두가 불길에 휩싸인 기체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네다 사고 1년 기적의 탈출, 살아있는 교훈과 겹친 우연’이라는 제하 기사에서 1년 전 사고를 재조명하며 “외신이 ‘기적’이라고 칭송한 탈출은 과거 사고의 교훈을 살린 승무원의 냉정한 대응에 더해 몇 가지 우연도 겹쳐 있었다”고 짚었다.

지난달 일본 운수안전위원회가 공표한 사고 조사 경과 보고서에는 하네다 공항에서 일어난 충돌 사고 직후 JAL 기내에서 큰 패닉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많은 승객은 냉정하게 행동하며 승무원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황은 절박했다. 기내 방송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승무원들은 큰 소리로 승객들에게 탈출 방법을 지시해야 했다. 화재 영향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탈출구는 세 곳뿐이었다. 자욱한 연기로 시야는 급속히 악화해 갔다.

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짐을 챙기지 말고 탈출하라고 지시했다. 상당수 승객은 이 지시에 따라 빈손으로 ‘탈출 슈터’를 통해 기체에서 탈출했다.

사고 발생 뒤 기장이 마지막 승객을 데리고 비행기 밖으로 탈출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10분 남짓이었다. 2분 뒤 불은 객실 내로 번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살얼음판 탈출극이었다”라고 했다.

운수안전위는 하네다 사고의 기적적인 탈출이 과거 사고에서 얻은 교훈이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16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에서 발생한 JAL 여객기 화재 사고다. 당시 여객기 엔진에서 연기가 나면서 승객들이 긴급 탈출했을 땐 세 명이 골절 등 상처를 입었다.

승객들의 짐이 문제였다. 신치토세 사고에선 승객들이 짐을 들고 비상구로 탈출하려는 바람에 기장 등이 객실에 들어가지 못해 탈출을 지휘할 수 없었다. JAL은 신치토세 공항 사고 이후 승객용 안전 비디오를 다시 제작해 비상시 수하물을 꺼내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지상 직원들도 참여하는 긴급 탈출 훈련도 실시했다.

하네다 공항 사고 경과보고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에는 JAL 직원 두 명이 승객으로 탔는데, 긴급 탈출 훈련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승객들에게 탈출 방법을 지시했다고 한다.

JAL 여객기 탑승자 중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데는 ‘운’도 따랐다. JAL기는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꼬리 부분을 충돌한 뒤 그대로 올라타면서 ‘안전 설계 기준을 크게 넘어서는’ 충격이 발생했지만, 조종석과 객실은 큰 손괴가 없었기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사고 당시 충돌 과정에서 여객기 앞쪽 타이어가 이탈했지만, 랜딩기어 지지대가 부러지지 않아 비행기 동체부가 지면과 직접 접촉하는 걸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과보고서엔 “모든 조건이 달랐으면 인적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적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운수안전위 조사 목적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 방지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교훈’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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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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