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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2달 간 기획…‘야구방망이 동원’ 노상원의 선관위 탈취 계획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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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선관위 체포조) 인원 준비는 다 되었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예.” (문상호 정보사령관)



지난 12월1일, 경기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만난 전·현직 정보사령관 사이의 ‘서열’은 분명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노 전 사령관이 이처럼 정보사령부를 주무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탈취 계획을 주도했던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진술들을 확보했다. 31일 한겨레가 취재한 정보사 관계자 진술을 보면,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 전 사령관이 쏟아낸 위험천만한 지시는 계엄 당일 실현 직전까지 갔다. 노 전 사령관은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해 선관위 직원들을 야구방망이로 위협해 ‘부정선거’에 대한 실토를 받아내겠다는 ‘선 넘은’ 구상까지 꺼내 들었지만, 정보사는 이를 저항 없이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인 비선’이 계엄 선포 전 두 달간 정보사를 움직인 전말을 관계자 진술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봤다.





“내가 (진급을) 도와주겠다. 내가 장관 잘 안다”





노 전 사령관이 별다른 인연이 없던 정보사 정성욱 대령에게 텔레그램 전화를 걸어온 건 지난 10월 초순 무렵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진급’을 미끼로 건 그가 대뜸 꺼낸 말은 ‘부정선거론’이었다. 부정선거론을 신봉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대수장) 교육용 자료로 쓰겠다며 각종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10월 중순께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특별한 임무가 있을 수 있으니 사업(공작) 잘하고 똘똘한 놈을 선발하라”며 ‘별동대’ 구성을 지시한다. 정 대령은 “인원 선발은 여단장이나 사령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에둘러 거절했지만, 며칠 뒤 직속상관인 문상호 사령관이 ‘사업 잘하는 인원 15명을 알려달라’며 똑같은 지시를 내리자 결국 이에 따랐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수뇌와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순간이었다.







선관위 탈취 계획·체포 직원·도구 담긴 ‘노상원 문건’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탈취’ 구상이 또렷하게 정보사에 전달된 것은 11월9일 무렵이다. 이날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장관 공관 만찬에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계엄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지목한 날짜다.



정보사 수뇌부 역시 숨 가쁘게 움직였다. 문상호 사령관은 이날 정 대령에게 “(김용현) 장관님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중대한 일이 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같은달 9∼10일 무렵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에이(A)4 용지 10여장 분량의 문건이 ‘별동대’ 선별 임무를 맡은 정보사의 정성욱·김봉규 대령에게 전달된다. 이 문건에는 부정선거와 관련됐다는 선관위 직원 30명의 이름과 함께, 이들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에 감금하라는 ‘지시’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또 문건에 니퍼·드라이브·케이블타이·송곳·망치 등 수상한 준비물들과 함께 ‘계엄’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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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당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국방부 조사본부 고위직 출신인 김용군 전 육군 대령을 만난 것으로 의심되는 경기 안산의 롯데리아 영업점.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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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 다 나온다”





11월17일,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정 대령과 처음으로 모인 날, 노 전 사령관이 호기롭게 말을 꺼냈다.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다 나올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문건에 적힌 물건들을 아직도 사지 않은 정 대령을 질책한 뒤, 야구방망이·니퍼·케이블타이 등을 준비하라고 재차 지시했다고 한다.



이 수상한 물건들의 용도는 12월1일 두번째 롯데리아 회동에서 드러났다. “(선관위에서) 저항하는 놈들이 있으면 케이블 타이로 묶어놔” “노태악이는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놔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자 그런 놈을 찾아서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자수하는 글을 올려라.”



현직 대법관을 직접 야구방망이로 위협하겠다는 대담한 말을 쏟아낸 노 전 사령관이 자리를 뜨자, 남은 세 사람은 보다 은밀한 장소가 필요해졌다. 정 대령의 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뒤 문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관님의 지시, 명령이 있으면 군인이니까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만일 계엄이 선포되면 장관님 명령을 수행해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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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공개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송곳, 안대, 포승줄,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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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디데이, 선관위 탈취 문턱까지…체포 리허설도





12월3일, 계엄이 선포되기 6시간 전인 오후 4시30분께, 문 사령관은 “오늘 중요한 임무가 있을 수 있다”며 공작요원·특수임무대(HID)·여군 등으로 구성된 별동대 요원들을 경기도 판교의 100여단 본부로 소집한다.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두 명의 ‘손님’도 100여단에 도착한다.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티에프(TF)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원스타’로 장성급이다. 밤 9시께에는 문 사령관의 지시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이라는 명찰 40개가 제작된다. 노 전 사령관이 구상한 별동대가 계엄 뒤 합동수사본부에 꾸려질 ‘제2수사단’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드러났다.



밤 10시25분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문 사령관은 별동대 인원들을 대회의실에 소집했다. 첫 명령이 떨어졌다. “방송을 다 봤느냐. 계엄법에 따라 장관님 지시·명령으로 중앙선관위에 내일 아침에 가야 한다. (새벽) 5시30분에 출발해 6시30분까지 가면 된다. 장관님 명령이니 군인으로 따라야 한다.”



선관위 직원을 체포할 방법을 두고는 리허설도 이어졌다. 일부 인원들이 직접 케이블타이로 손을 묶어본 뒤 “묶이지도 않고 잘 끊어진다”, “강압적으로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고, 별동대는 결국 케이블타이를 쓰지 않고 양팔을 붙잡아 선관위 직원들을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요원들은 얼굴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선관위 직원 머리에 씌울 신발주머니를 직접 써보기도 했다. 신발주머니가 작아 머리에 들어가지 않고 찢어지자, 선관위 직원들에게는 수면안대를 씌우고 별동대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정리했다는 게 관계자의 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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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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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사령관 물건이 두 개 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4일 새벽 4시27분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되면서, 실행 직전 단계까지 갔던 ‘노상원의 구상’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한 시간 뒤인 새벽 5시30분, 문 사령관은 선관위 탈취 문턱까지 갔던 별동대 요원들을 모아 다독였다. “임무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날 아침, 두 명의 손님은 100여단을 떠났다. 구삼회·방정환 중 한명이 문 사령관에게 물었다. “노 전 사령관 물건이 2개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님께 갖다 드리면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손님이 언급한 온 노 전 사령관의 ‘물건’이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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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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