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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독서 인구 늘리는 최고의 방법은 ‘함께 읽기’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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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한겨레

서울 도심 상업시설에 자리한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거나 쉬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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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비독자’를 ‘독자’로 만드는 일은 출판 생태계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국가 독서정책의 핵심 과제다. 최근 이와 관련한 귀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이순영 교수 연구팀이 작성한 ‘비독자 대상 독서 유인사업 설계 및 실험 연구’(2024년12월·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가 그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독자로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 모임’이었다. 이어서 ‘독서 여건 지원’(도서구입비 및 독서 시간 제공)과 ‘독서 홍보’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독서 활동이 독서환경을 조성하거나 정보 자극을 주는 것보다 독자 개발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실험 연구로 밝혀낸 것이다.

50플러스(50살 이상), 직장인, 중학생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두고 각각의 그룹에 따라 독서 모임 운영, 근무 시간 중 독서 시간 제공과 10만 원의 도서구입비 지원, 독서 홍보 등의 방법에 대한 사전 검사, 실험 직후 사후 검사, 2개월 후 지연 검사 등 세 차례에 걸친 참여자 조사를 통해 독서 행동의 변화를 추적했다.

50플러스 세대에서는 독서 모임 이후 비독자의 84.5%가 독자로 전환되었다. 독서 모임 참여 후 독서 관련 행동이 크게 개선되었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독서 시간 및 도서구입비 지원 후 비독자의 74.0%가 독자로 전환되어 실태 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중학생 집단의 경우 독서 홍보 효과는 책을 좋아하는 애독자에게 효과적이었지만 책을 싫어하는 비독자 그룹에는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세대별 비독자 그룹을 대상으로 비독자의 독자 전환을 위한 독서정책 수단의 효과성을 측정한 국내 최초의 실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독서 활동을 위한 지원 노력을 기울일수록, 개인이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할수록, 참여자의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 권장도 맞춤형으로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발견했다. 어쩌면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국가 독서정책의 빈자리가 어떻게 채워져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 가정, 학교, 직장, 각종 사회 조직 단위로 독서 시간을 정해서 실천하고, 누구나 저마다의 여건에 따라 한 개 이상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는 등 ‘함께 읽기’가 왜 필요한지 절감하게 했다.

어둡고 고단한 시대일수록 갈 길을 밝히며 성찰하는 책의 가치는 빛난다. 독서를 통해 살아갈 힘과 용기,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을 멀리하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이제 사회적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방향 정립과 구체적 실행력이 요구된다. 보고서의 정책 제안처럼 ‘독서 소외인 대상 독서복지 사업’ 등 독자개발을 위한 핵심 정책과제들이 정책 의제가 되어야 한다. 독서문화진흥법이 사문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초토화된 정부의 독서정책은 다시 복원되고 새로운 틀 짜기로 혁신해야 한다. 소중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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