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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스마트폰이 감추고 있는 ‘핏빛 연루’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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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코발트를 향한 탐욕은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원으로 넘어가는 전환과 오늘날의 기기 중심 경제가 합쳐지며 나타난 직접적 결과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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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말이 단절된 개인들을 지탱해주는 버팀목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의 비참에 연루돼 있다’는 회피할 수 없는 진실까지 들춘다. 그중엔 우리를 세상과 연결시키는 스마트폰·태블릿 피시·노트북·전기차와 은회색 광물 코발트를 둘러싼 진실도 있다.

코발트는 스마트·전자 기기와 차량의 동력원인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의 필수 소재다. 전 세계 공급량의 72%(2021년 기준)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된다. 현대판 노예제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싯다르트 카라는 콩고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코발트 쟁탈전”을 현지 조사해 ‘우리의 일상이 어떤 착취를 통해 충전되는지’ 폭로한다. “지구상 나머지 지역의 매장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코발트가 있”는 남동부 모퉁이 카탕가 지역을 다니며 코발트에 의지해 살면서도 코발트 때문에 죽는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했다. 최첨단 가전제품과 전기차가 군인들의 감시와 중세 수준의 노동 조건 아래에서 곡괭이와 삽, 쇠꼬챙이를 써서 캐낸 물질에 의존하고 있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어떤 나라도 콩고만큼 다양하고 풍요로운 자원의 축복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구상 어떤 나라도 콩고만큼 (수백 년에 걸쳐) 악랄하게 착취당하지 않았다”는 저주로 이어졌다. ‘축복’을 선점하려 달려든 글로벌 이해집단들이 ‘장인 광부’란 이름의 노예노동으로 생산된 코발트를 세탁해 “절대적 이익을 위한 절대적 착취 시스템”의 ‘저주’를 구축하는 과정을 저자는 고발한다. ‘인권에 기반해 공급망을 운영한다’는 거대 기업들의 주장이 “인간 삶의 벼랑 끝”을 은폐하는 현실은 기만적이다. 그 공급망의 시작점에서 유아기를 갓 지난 아이들이 학교 대신 광산의 값싼 아동노동에 투입되고, 성매매로 내몰리고,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전환의 절박함’이 가속화한 “지상의 지옥”이다.

한겨레

코발트 레드 싯다르트 카라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2만3000원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연결이 끊겼을 때 코발트 수요는 급증했다.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스크 하나 없이 광산으로 들어간 수많은 콩고인이 서로에게 감염돼 사망했다. “코발트를 향한 탐욕은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연료에서 재생 에너지원으로 넘어가는 전환과 오늘날의 기기 중심 경제가 합쳐지며 나타난 직접적 결과”란 지적은 기후위기에 맞선 지구적 대응이 눈감은 끔찍한 진실이다. 이 ‘핏빛 연루’의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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