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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설왕설래] 머스크의 외국 내정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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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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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트위터(현 X)를 인수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었다. 지지자들로 하여금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하도록 한 2021년 1·6 사태 직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엔 ‘영구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머스크는 이를 “바보 같은 조치”로 규정하며 계정 복구를 지시했다. 어쩌면 이것이 머스크가 트럼프의 핵심 측근이 된 계기인지도 모른다.

머스크는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라는 신설 기구의 수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젠 그냥 기업인이 아니고 명실상부한 공인이 됐다는 의미다. 그런데 오는 2월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머스크가 독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과격한 공약을 제시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를 선언하며 유권자들한테 “AfD에 투표하라”고 호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AfD는 즉각 “머스크가 옳다”고 화답했으니 무슨 ‘환상의 커플’을 보는 듯하다.

반면 머스크는 사회민주당(SPD)을 이끄는 올라프 숄츠 현 총리에겐 냉소적이다. 최근 X에 올린 글에서 숄츠를 향해 “무능한 바보”라고 막말을 퍼부으며 당장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는 테슬라의 유럽 생산 기지라 할 대규모 공장이 있다. 그런데 머스크는 이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SPD 정권의 온갖 규제에 맞닥뜨리며 독일 관료주의에 혐오감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숄츠가 머스크의 눈에는 ‘자본주의의 적’으로 보일 법하다.

머스크의 언행을 독일 내정에 간섭하려는 불온한 시도로 받아들인 것일까. 지난 27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어느 당에 투표할 것인지는 투표할 자격을 갖춘 독일 시민만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공정한 선거운동을 당부하기 위한 대국민 연설 도중 나온 발언이었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이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이제 ‘머스크 리스크’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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