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몬테네그로 경찰에 의해 미국 사법 당국에 인도되는 권도형. 몬테네그로 경찰청 제공 |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한국과 미국의 사법 당국으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는 권도형씨가 결국 미국으로 추방됐다.
몬테네그로 내무부는 31일 한국과 미국의 사법 당국이 인도를 요청 중인 권씨를 미국으로 추방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내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권씨가 “미합중국의 능력있는 사법 당국들 및 연방수사국(FBI)에게 인도”됐다고 발표했다. 성명은 권씨가 “사기를 범한 음모죄로 미국의 형사범죄 절차”에 직면했다는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추방됐다고 설명했다.
밀로즈코 스파지치 몬테네그로 총리도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권씨의 “추방은 국제사법와 법치에 대한 확고한 준수를 보여준다”며 권씨의 미국 추방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 경찰청은 수갑을 찬 권씨가 눈이 가려진 채 경찰에 붙들려 호송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은 26일 ‘권씨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한다’는 명령서에 서명했다.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씨의 미국 인도와 관련해 성명을 내어 “범죄의 중대성, 범죄 장소,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의 국적을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그 결과 권씨를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한다고 결정했으며,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권씨의 현지 법률대리인들은 보조비치 법무장관의 명령서 송달 절차가 문제가 있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이들은 또 의뢰인 권씨의 기본 인권이 침해됐다며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정부는 이를 기각하고 이날 미국으로 권씨 추방을 최종 결정했다. 앞서,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는 이미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결정권을 법무장관에 넘긴 대법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기각한 바 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구속력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수배를 피해 해외를 떠돌던 권씨는 2024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된 뒤 한-미 양국으로부터 범죄인 인도 신청을 받아왔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씨는 경제사범의 형량이 무거운 미국보다 한국으로 송환되기를 원해, 몬테네그로 당국과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미국은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여서 100년 넘는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지만, 한국은 경제사범의 최고 형량이 40여년으로 미국보다 낮다.
가상자산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으며, 지난해 3월 다시 두바이행 항공기에 타려다 위조여권이 발각되어 체포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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