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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엎친 데 덮친 IPO 시장…大魚들 이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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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론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2024년 상반기까지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공모주 수익률이 부진하고 몸값 띄우기 논란이 불거지며 투심이 악화됐다. 여기에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시장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24년 내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줄줄이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철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5년 초까지는 국내 증시 부진과 함께 IPO 시장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2024년 상장 후 주가가 내리막을 걷는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에, 2025년에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공모주 수익률이 개선되며 IPO 시장에 대한 투심이 전반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매경이코노미

상반기엔 줄줄이 공모가 상단

수익률 부진에 투심 악화

2024년 상반기 IPO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시프트업 등 조 단위 대어들이 줄줄이 밴드 상단 이상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상장 당일 주가도 상승 마감하며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어급 매물이 시장에 안착하며 중소형급 매물에 대한 투자자 기대도 높아졌다.

실제로 2024년 1월 2일부터 12월 16일까지 상장한 70곳의 기업(스팩 제외) 중 밴드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가 확정된 기업은 무려 63곳에 달한다. 밴드 하단 이하로 공모가가 결정된 기업은 뱅크웨어글로벌·아이스크림미디어·루미르·쓰리빌리언·엠오티·에스켐·엠앤씨솔루션 등 7곳뿐이다. 이들 모두 하반기 상장했으며, 그중 5곳이 4분기에 집중됐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밴드 하단 이하로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이 2024년 하반기가 돼서야 등장했을 정도로 상반기에는 IPO 시장 분위기가 좋았다”면서도 “결국에는 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부분이 IPO 기업에 대한 고평가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4년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하반기 차익 실현 매물까지 더해지며 공모주 수익률은 갈수록 부진했다”고 덧붙였다.

2024년 말로 갈수록 IPO 시장에 대한 투심이 악화되자 상장 일정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2024년 12월 24일 기준 상장 일정을 미루거나 아예 철회한 기업은 12월 들어서만 5곳에 이른다. 교육 플랫폼 기업 데이원컴퍼니, 자동차용 변압기 업체 모티브링크, 반도체 포토레지스트(PR) 소재 기업 삼양엔씨켐, 미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아스테라시스 등이 당초 12월로 예정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을 2025년 1월로 연기했다. 반도체 장비 기업 아이에스티이는 아예 상장을 철회하고 심사 효력이 유지되는 2025년 4월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2024년 마지막 코스피 상장사로 이목이 쏠린 방산용 모션 컨트롤 부품 기업 엠앤씨솔루션은 결국 흥행에 참패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8.2 대 1,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2.4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도 밴드(8만~9만3300원) 하단을 크게 밑도는 6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상장 후 주가도 부진하다. 2024년 12월 16일 코스피에 입성한 엠앤씨솔루션은 상장 첫날 공모가를 20% 이상 밑도는 5만1800원에 거래를 마치더니, 이후 5만원 선마저 무너지며 12월 24일 4만6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 전에는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12월 24일 시가총액은 4252억원에 그친다.

투심이 악화되자 아예 수요예측 전부터 공모 주식 수를 줄이거나 몸값을 낮추는 사례도 속출한다. 2025년 1월 기관 수요예측을 앞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넛은 2024년 12월 13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공모 주식 수를 기존 170만주에서 90만주로 절반 가까이 줄인다고 밝혔다. 공모 규모가 축소되면 상장 시 조달하는 자금이 줄어들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모 규모가 클 경우 투자자가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지난 11월 시장 침체를 이유로 코스닥 상장을 연기한 축산물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도 몸값을 낮춰 2025년 1월 재도전에 나선다. 회사는 2024년 12월 16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면서 공모가 밴드를 기존 2만3000~2만8500원에서 1만9000~2만3000원으로 낮췄다. 예상 시가총액도 1279억~1585억원에서 1056억~1279억원으로 낮아졌다. 2차전지 장비 검사 솔루션 기업 피아이이 또한 공모가 밴드를 종전 6800~7600원에서 4000~5000원으로 조정한다고 2024년 12월 18일 공시를 정정했다. 이에 따라 예상 시가총액도 2436억~2723억원에서 1433억~1791억원으로 내려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24년 하반기 시장이 얼어붙으며 IPO 일정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기업이 속출했다”며 “최근 정치 리스크가 확대된 만큼 2025년 초까지 IPO 시장 분위기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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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이후 투심 회복 기대

LG CNS 흥행 여부 주목

2025년 초까지 IPO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안 그래도 2024년 하반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며 투심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시장이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손상을 입은 상태라는 점에서 2025년 초까지는 시장 반등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치적 리스크가 조금씩 해소될 2분기부터는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4년 하반기 밴드 하단을 밑도는 가격에서 공모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속출한 탓에,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 눈높이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PO에 나서는 기업이 몸값을 낮춰 잡을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진입할 수 있어 투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나승두 애널리스트는 “2025년에는 다시금 IPO에 나서는 기업들 눈높이가 낮아질 전망”이라며 “2024년 상장 후 주가가 내리막을 걷는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2025년에는 조금이나마 보수적인 관점에서 공모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경우 2024년과 달리 2025년에는 IPO 기업 중 ‘따따블’ 이상 성과를 거두는 기업도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2025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인 LG CNS, DN솔루션즈,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 대어급 매물의 성적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달바글로벌을 포함하면 2025년 상반기 6개 안팎의 기업이 코스피 입성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오는 1월 9~15일 기관 수요예측에 나서는 LG CNS의 흥행 여부가 이후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2025년 상반기 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 중 LG CNS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모 일정을 정한 곳은 없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025년 1월 공모 절차를 밟는 기업들 성적이 1년의 시장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며 “특히 6조~7조원대 몸값이 거론되는 LG CNS가 흥행을 거둔다면 IPO 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살아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2024년 상장을 철회한 기업의 재도전 성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투심이 살아날 경우 2024년 하반기 상장 후 주가 부진에 시달리는 종목의 주가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1호 (2025.01.01~2025.01.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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