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센터장
최근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는 ‘상법 개정’이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상법 개정이 주주총회라는 이벤트와 절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일 것이다. 주주총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주요 상법 개정안의 내용과 관련 이슈에 대해 일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주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 수 확대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 주주총회 등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한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경영계 측 입장이나 그동안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뤄진 기업 지배구조가 일반 주주의 권리 보호에 미흡했다는 투자자 측 입장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건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양측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회 감사위원 수를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다. 본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 사외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논쟁 대상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88개)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은 43개로 절반에 달한다. 지주회사법상 상장 계열사에 대해 최소 30%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해야 하는 국내 지주회사의 평균 내부 지분율은 48.7%에 달한다. 만일 개정안처럼 3%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수를 추가로 확대한다고 하면 지주회사는 감사위 구성 측면에서 경영상 애로 사항(지배주주 등의 의결권 행사 제한)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경영계 측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 측은 적절한 이사회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감사위 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지배주주 등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분리 선출 감사위원 수 확대와 함께 지배주주 등에게 적용되는 의결권 3% 제한을 상당 부분 완화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과거 법무부에서도 입법 예고한 사례가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과 전자 주주총회 도입 등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앞서 언급한 두 개정안보다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의견 간극은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했을 때 사전적으로 ‘공시 강화’라는 대안에 대한 추가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기업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 제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적용한 후에 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례로 국내 자본시장의 격변기였던 지난 아시아 금융위기(1997년)와 미국발 금융위기(2008년) 시절 도입됐던 사외이사와 감사위 제도가 대표적이다. 다만 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상법 개정안으로까지 전개되지 않았나 싶다. 법 제정을 통한 강제화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이해를 돕고 기업이 관련 제도에 대해서 충분히 사전 학습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을 보장해주자는 차원에서 공시 강화를 논의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