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10대 뉴스 뽑아보니
이상기후에 사과, 배추부터 코코아 값도 급등
경기침체에 계엄사태까지 '지갑닫은' 소비자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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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라면 전성시대…. 삼양식품, ‘불닭의 힘’으로 7억불 수출탑
서민의 간편한 한 끼를 책임지던 K-라면은 이제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라면 수출액은 10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라면 수출액은 2014년 2억1000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줄곧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일등 공신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전 세계적 불닭 신드롬에 힘입어 삼양식품은 올해 7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17년 1억불·2018년 2억불·2021년 3억불·2022년 4억불에 이은 다섯번째 수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출액이 2년 전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다. 라면 외에도 올 한해 K-푸드의 활약이 인상 깊었다. 11월까지 K-푸드 수출액을 모두 합하면 90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과자, 음료, 냉동김밥·즉석밥·떡볶이 등 쌀가공식품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청과물 경매장에 산지에서 올라온 과일들이 쌓여 있다.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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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에 만원" 그야말로 金사과
일 년 내내 사과를 먹는 한국인에게 올해 초 사과 대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상기온과 작황 부진 여파로 지난 2월 사과 물가 상승률이 무려 71.0%를 기록했다. 1999년 3월(77.6%)과 지난해 10월(74.7%)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70%를 넘어선 것이다. 3월에는 상승률이 88.2% 이르러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폭을 경신했다. 한 알에 만 원 하는 사과까지 등장하자 사과와 인플레이션을 조합한 ‘애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물가 안정을 위한 1500억원가량의 지원금까지 풀었지만 애플레이션은 여당이 참패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장 담그기 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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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비용 늘며 '김포족' 등장…포장김치 품절대란
이상기온으로 인한 작황 부진에 사과값만 오른 게 아니다. 올여름 폭염으로 배추를 비롯한 김장 재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김장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기준 김장비용은 33만15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비쌌다. 그 결과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잇따라 등장했다. 월간농협맛선이 회원 5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김장을 안 하겠다고 답한 소비자가 72%에 달했다.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번거로움(47.2%) ▲가족 구성원 감소(37.6%) ▲시간 부족(33.1%) ▲김장 재료 가격 상승(30.8%)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김장을 포기한 가구 중 88.7%는 포장김치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에 초콜릿 함유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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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부터 초코송이까지…초코 과자값 줄줄이 인상
초콜릿의 핵심 원료인 카카오 가격이 4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서아프리카에 닥친 폭우와 가뭄에 카카오 농사가 초토화했기 때문이다. 사과, 배추와 마찬가지로 카카오 역시 이상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 즉 기후플레이션의 결과물이다.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자 롯데웰푸드에 이어 해태제과와 "올해 인상은 없다"던 오리온까지 두손 두발 들고 값을 올렸다. 이제 슈퍼마켓에서는 어린이집 인기 간식 '초코송이'부터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진출한 '빼빼로'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은 초코 과자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고물가에 지갑 닫는데 계엄까지 덮쳐 벼랑 끝에 내몰린 외식업계
올 한해 식품업계는 고물가와 불경기로 인한 내수 침체로 고전했다. 식품사는 수출의 힘으로 버텼다지만 내수가 사실상 전부인 외식업계는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진 여파로 대목인 연말특수까지 사라져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정치적 불안정성 탓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원재료를 수입해 들여오는 외식업계가 특히 고통받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이며 지수 역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동향조사 응답자들은 여행비, 의류비, 교양·오락·문화비와 함께 외식비를 많이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랜드이츠 애슐리퀸즈. 이랜드이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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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 속 오마카세 가고 '가성비' 뷔페의 부활
고물가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며 '요노족'이 늘자 뷔페 레스토랑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요노는 'You Only Need One(필요한 건 하나뿐)'의 준말로, 필요한 물건만 조금 구입하거나 저가 제품을 주로 사는 트렌드를 뜻한다. 외식 물가 고공행진에 요노족들이 가성비 높은 뷔페 레스토랑에 열광하면서 애슐리퀸즈, 빕스 등 매출이 나날이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애슐리퀸즈의 부활이 눈에 띈다. 2014년 매장 155개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애슐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2022년 59개로 추락했다. 하지만 CJ푸드빌 '계절밥상', 신세계푸드의 '올반' 등 비슷한 브랜드들이 잇따라 철수하는 동안 애슐리는 2년 만에 '줄서는 가성비 뷔페'로 입소문 나며 재도약에 성공했다.
롯데웰푸드, 씨없는 수박바 0㎉. 롯데웰푸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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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제로 열풍'…0kcal 아이스크림의 등장
주류와 음료에 국한되던 제로 열풍이 이제는 아이스크림으로 퍼졌다. 당류가 0g인 제품뿐 아니라 칼로리도 0인 빙과까지 등장했다. 대표적 제품이 '죠크박(죠스바·스크류바·수박바) 0㎉'다. 지난 4월 출시된 죠스바·스크류바 0㎉는 한 달 만에 720만개가 팔린 데 이어 3개월 만에 2000만개 이상 판매됐다. 눈에 띄는 것은 제로 아이스크림의 주요 구매층이다. 제로 아이스크림의 주요 구매층은 기존 소비자인 어린이나 청소년이 아닌 20~30대 이상이다. 칼로리나 건강 관리를 위해 유년기 이후 빙과 시장을 떠났던 이들은 제로 아이스크림 출시가 잇따르자 다시 시장에 복귀하고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열풍 후 스타 셰프 콜라보 행렬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식품, 유통사들의 스타 셰프 협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방송 개시일 첫 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부문 1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후 해당 프로에서 활약했던 셰프들은 식품·외식·편의점 등과 광고모델 계약·공동 상품 개발·지적재산권(IP) 공유·이벤트 협약 등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협업 상품의 인기도 상당하다. 편의점 GS25에서는 흑백요리사와 협업한 제품 13종의 누적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었다.
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코스피 상장
백종원 대표가 1994년 설립한 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 25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다. 국내 점포 수는 약 2900개로 더본코리아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빽다방 매출이 전체 매출 중 37%로, 25개 외식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로써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 879만2850주(60.78%)를 가진 최대 주주가 됐다. 백 대표는 2018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연기한 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다시 상장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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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 담그기' 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된장과 간장·고추장을 만드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가족이 함께 만들고 세대 간에 비법을 전수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해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장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왔다. 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권 안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하다. 중국, 일본과는 제조법에서 차이가 있다.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지난해에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 문화로 여겨진다. 무형유산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공동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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