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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착한 일 하면 그대로 돌아오죠”…제야의 종 울리는 72세 봉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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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새해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여하는 김춘심 씨가 제야의 종이 있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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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의 종 시민대표 김춘심 씨
평생 공부 아낌없이 재능 기부
웃음치료 등 자격증만 10여개
올 서울시 봉사상 대상도 수상


“봉사는 제게 ‘찐친(진짜 친구)’이에요. 가진 걸 다 베풀어도 하나도 안 아깝죠.”

42년째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김춘심 씨(72)는 취미 부자다. 미용부터 난타, 풍선아트, 마술, 수화 통역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섭렵했다. 단순히 기술을 배운 데서 그치지 않고 자격증까지 도전했다. 더 많이, 더 즐겁게 봉사를 다니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나둘 취득한 자격증이 10여 개에 달한다. 최근엔 70대에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노원구 상계숲속카페로 자원봉사를 다닌다.

지난 10월 김씨는 ‘2024년 서울특별시 봉사상’ 대상 수상자 선정됐다. 노원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인정한 공식 봉사시간만 따졌는데도 25년간 2만시간이 훌쩍 넘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꾸준하게 선행을 베풀어온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김씨는 31일 자정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리는 새해맞이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여할 ‘시민 영웅’ 11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김씨는 선행은 베풀면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 남을 위해 헌신해온 김씨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에 김씨의 남편이 갑작스러운 병으로 하루아침에 하반신이 마비됐다. 절망에 빠진 김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김씨가 수십 년간 미용 봉사를 다닌 병원이었다. 병원 내 모든 의사들이 정성껏 돌봐준 덕분에 김씨의 남편은 지팡이를 짚고 걸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김씨는 “내가 베푼 선행이 돌아오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남을 돕는 걸 좋아했던 김씨가 봉사를 시작한 건 1982년 무렵이다. 당시 부녀회장·통장을 맡아 동네 독거노인을 보살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미용실을 차리고 나서는 노원구의 권유로 병원에서 장기 입원 환자의 머리를 잘라줬다. 경험이 쌓이면서 중환자실·정신병동까지 넘나들었다.

“뇌 수술을 해서 머리 한쪽이 파여 있는 환자의 머리를 잘라줄 때는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도 꾹 참고 1년쯤 하니까 손 하나 까딱 못하는 환자가 절 보면 눈인사를 하더라고요. 너무 감동받았죠.”

미용 봉사를 다니면서도 김씨는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난타를 배워서 뇌성마비 환아들에게 알려주고, 웃음 치료사 자격증을 따서 경로당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걷기지도사·원예심리상담사·스마트폰활용지도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면 바로 관련 봉사에 나섰다. 다양한 분야의 봉사는 김씨가 질리지 않고 오래 봉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김씨가 흩뿌린 선행의 씨앗은 곳곳에서 싹을 틔웠다. 김씨는 “재능기부 강연에서 손 마사지를 알려준 중학생들이 경로당에 가서 봉사를 하더라”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남을 돕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다”고 뿌듯해했다. 김씨를 보며 자란 김씨의 딸과 손녀 역시 자발적으로 요양원과 복지관 등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 목표를 묻자 김씨는 영상 편집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가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요새 돈을 요구하는 자원봉사자가 많은데, 돈 계산하면 봉사를 못 다닌다”며 “거창한 봉사보다는 이웃과 내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한편 31일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는 김씨를 포함해 배우 고두심, 야구감독 김성근, 39년째 쌀 나누기 봉사를 이어온 신경순 씨 등 시민 영웅 11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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