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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지지자 방패 세운 尹, 대통령 품위 지켜주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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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한술 더 떠 지지자들에게 경찰을 막아서라는 메시지를 전해 물리적 충돌과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직무가 정지됐더라도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처신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함에도 극성 지지자들을 방패막이로 세워 합법적 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계엄 선포에 대해 아직도 떳떳한 입장이라면 지금이라도 관저를 나와 조사에 응하는 게 순리다. 그것이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윤 대통령 스스로 지도자의 품위를 지키는 방법이다.

윤 대통령은 1일 오후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A4용지 메시지를 보내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체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기동대가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수색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에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것을 선동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2일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든 지지자들 중 일부는 영장 집행을 막겠다며 스크럼을 짜고 도로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12·3 계엄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격은 추락했고, 금융시장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상태다. 계엄령 선포도 난데없었지만, 그 뒤의 수습 과정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초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계엄을 정당화하고 모든 조사에 불응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윤 대통령이 방어권을 행사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관저 앞 지지자들을 해산시키고 스스로 공수처에 나가 조사에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열릴 탄핵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논리만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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