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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돌아온 ‘쇼트트랙 전설’ 최민정…하얼빈서 새 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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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선수가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자신의 스케이트를 들고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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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큼 많이 훈련하는 선수는 못 보긴 했던 것 같네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인 최민정(26·성남시청)은 전형적인 노력형 천재이다. 그를 지켜봤던 한 지도자는 “경이로울 만큼 운동량이 많다”고 평가했다. 남자 선수들과 대결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훈련하다 보니, 소속팀 후배들 입에서조차 “저는 민정 언니처럼 운동 못 해요”라는 농담 섞인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두 번의 올림픽(2018 평창, 2022 베이징)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지만, 여전히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겨울을 준비하는, 쇼트트랙 제왕 최민정이 오는 2월 다시 한 번 부츠 끈을 조여 맨다.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2025년 2월7일∼14일)의 모의고사 격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투어 4차 서울 대회(2024년 12월13일∼15일)를 끝마친 최민정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캐나다, 네덜란드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겨뤘던 최민정은 개인전에서 1∼4차 대회를 치르며 개인전 금 1·은 1·동 3의 성적을 거뒀다. 2차 대회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국제빙상경기연맹은 “여왕이 돌아왔다”는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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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가운데)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 혼성계주 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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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1년 만에 밟은 무대인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12월 중순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최민정은 “(100점 만점 중) 딱 65점”이라고 끊었다. 그는 “스스로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대표에) 복귀한 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느껴서 점수를 주고 싶지만, 모든 대회를 다 잘한 게 아니었고,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고 자평했다. 여왕이 무대를 잠시 비운 사이 이름값 있는 선수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영향도 컸다.



경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기간 동안 조용히 내면을 채워나갔다. 두 번의 올림픽을 화려하게 마무리했지만, 마음속 골은 깊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4∼2015시즌부터 시작한 선수촌 생활은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을 끝으로 방향을 잃었다. 그는 “올림픽만을 보고 달린 뒤 더는 자신을 밀어붙일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쉬기로 결정했고, 쉰 덕에 이렇게 잘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번아웃을 넘어선 최민정은 “잘 쉬었고, 이제 충분히 회복됐다. 그냥 열정만이 가득하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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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의 스케이트 부츠. 덮개에 오륜기가 새겨져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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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직전 대회인 2017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20살 최민정은 금 2, 은 1, 동 1을 거머쥐었다. 이후 2018 평창 대회, 2022 베이징 대회까지 4년간 제왕의 질주에는 걸림돌이 없었다. 번아웃을 지나 8년 만에 다시 맞이한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중국과 치열한 접전이 예고돼 있지만, 이를 잘 넘기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얼빈은 제2의 전성기를 알리는 첫 무대가 돼야만 한다.



다만, 올림픽 메달만 5개(평창 금 2, 베이징 금 1·은 2)인 선수이기에 메달 개수가 목표인 시기는 지났다. 최민정은 “완벽한 선수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은 선수라서 계속 대회를 나가게 된다. 대회를 거듭하면서 부족한 점을 알고 다듬고 싶다. 여전히 여러 선수를 보고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민정은 이제 여자 대표팀 중에서도 중고참으로 올라섰다. 개인전에서의 성과와 더불어 자신이 체득한 바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팀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스케이트와 관련된 조언을 구하는 후배에게는 진심을 다한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다 같이 최상위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이고, 부상 없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욕심을 낸다면, 주종목인 1000·1500m 외에 단거리인 500m에서 값진 성과를 거두는 게 목표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스타트 연습을 더 보강하고 있다. 폭발적인 힘으로 바깥쪽으로 상대를 제치는 특기에 스타트까지 빨라지면 지금과는 다른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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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이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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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에게 500m는 늘 “도전하는 종목”이었다. 반면, 중국은 여태 단거리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최민정은 “중국 선수 중에서 500m에 강한 선수들이 있다 보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이번 시즌 500m 준비를 많이 했고, 월드 투어에서도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도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다시 돌아온 최민정, 이제 하얼빈부터 밀라노까지 힘차게 질주할 일만 남았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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