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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응원봉의 연대, 잊힌 죽음에도 가닿길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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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의 구속을 촉구하며 트랙터·화물트럭 등을 타고 상경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투쟁단을 경찰이 막았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2024년 12월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 남태령고개 인근에 모여 경찰에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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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아 | 한양대 교수(직업환경의학)



137명. 2022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이주노동자 사망자 수이다. 하지만 출입국 신고에 따른 이주민 변사자 수는 모두 3340명이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식 사망원인 통계가 없다 보니 30% 정도는 ‘기타’로 분류되었다. 이전과 견줘 병사로 분류되는 사례들이 2022년에 급격하게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분류는 많았다. 2020년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뒤 2022년 산재를 인정받은 속헹씨의 사망 원인은 ‘간경화’였는데 출입국 기록상으로는 ‘기타’로 되어 있다고 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팀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을 통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속 이주노동자들은 그 죽음조차 기록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사망 원인 통계는 보건정책 수립에 가장 기본적인 통계이다. 사망 원인을 알아야 그 죽음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그들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기본 목표 자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산재로 인한 사망률이 두세배 높아진 것은 꽤 된 일이고 자살률도 높다. 산재로 사망하는 경우는 그나마 원인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는 사망 원인조차 파악이 잘 안된다.



어차피 잠깐 일하다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인데, 그들을 왜 우리가 보호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함하여 140만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상시고용 5인 미만의 농림어업 사업체, 일용직이 많은 건설 현장, 근로기준법도 적용 안 되는 5인 미만 제조업체 등은 이미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운영이 어렵다. 현재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전체 2만2천명 직원 중에 5천여명이 이주노동자라고 했다. 일하면서 번역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2024년 조선소에서 사망한 사람만 18명인데, 현장이 이렇다 보니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리셀 참사에서 사망한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이미 한국의 주요 산업 현장들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서 ‘위험의 이주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1월8일에는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26년을 살다가 전북 제조업체 개발팀 막내로 입사한 강태완씨가 건설기계 장비에 끼여 숨졌다. 그날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 발표를 하러 왔던 이주와인권연구소 김사강 선생님이 무너져 내려앉던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 5살 이후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몽골로 자진 출국을 했다가 힘들게 다시 입국해 비자를 받고 너무 기뻐하며 학교에 다니고 취업을 했다고 한다. 명함을 건네며 너무 행복해했다는 가족 같은 친구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으면서도, 이주노동자 관련 발표를 올라오는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마무리했다. 며칠 후 올라온 선생님의 추모글이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이 자라서 다시 이주노동자가 되고 있었다.



이주노동자가 고용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많은 일이 있겠지만, 일단 그들의 사망 원인이라도 확인이 되길 바란다. 2만명으로 추정된다는 아이들만이라도 불법 체류의 불안에서 벗어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하길 바란다. 법무부의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은 2025년 2월28일로 종료된다.



여의도와 남태령에 응원봉을 들고 모여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비상계엄을 선언하던 그 순간 바스러진 우리 사회에 대한 뿌듯함이 다시 살아났다. 파편화된 개인들로 공동체가 무너져간다고 많은 사람이 걱정했지만, 각자 평안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 연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전세계 극우 정치 세력들이 최근 선거에서 내세우는 가장 우선적인 공약은 이주노동자 배제에 대한 것이다. 공격과 갈라치기,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이주노동자인 셈이다. 이제 여의도와 남태령에서 보여준 그 연대의 힘이 우리 사회에 같이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도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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