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완성차들이 선박에 실리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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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 우리 경제가 9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투자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고, 유일하게 증가한 소비도 ‘12·3 내란 사태’의 영향으로 다시 쪼그라들며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4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잠정치)는 97.6(2020=100)으로 전달에 견줘 0.5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 우리 경기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상승하고 100 미만이면 하강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3~9월 내내 전월 대비 하락하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 전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가, 다시 하락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10월(97.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우리 경제가 9개월째 하락하며 펜데믹 위기 때만큼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생산, 투자 지표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전산업 생산은 전달 대비 0.4% 줄면서 3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부품사 파업에 따른 자동차 생산이 5.4%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0.2% 줄었다.
투자도 전월 대비 1.6% 줄면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운송장비 투자가 0.1% 소폭 늘었으나 기계류 투자가 2.0% 감소했다. 건설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건설투자도 0.2% 줄었다. 건설투자는 지난 5월 이후 7개월 연속 줄고 있는데, 1997년 8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소비(소매판매)만이 지난달 유일하게 0.4% 증가하면서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1년 이상 사용 가능한 저가 제품)가 4.1% 증가한 덕이다. 소비 역시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한 88.4로,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덮친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신용카드 매출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통계청 나우캐스트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신용카드 이용금액(신한카드 자료 기준)은 전주 대비 26.3% 급감했고, 한국신용데이터도 같은 기간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줄었다고 밝혔다.
생산·투자가 위축되는 흐름에 소비까지 꺾이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측치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아이엠(iM)증권 전문위원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하락 폭이 심각한 수준으로, 소비자심리지수 급락 등을 봤을 때 12월 상황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한국은행이 전망한 성장률 2.2%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11월 전산업 생산이 감소하며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모습”이라며 “공공기관 추가 투자, 정책 금융 등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내수 등 경기를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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