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방위각 시설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로, 흙으로 된 둔덕 상부에 있는 콘크리트 기초와 안테나가 서 있는 구조다. 무안/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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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 끝에 공항 외벽에 부딪히며 폭발한 참사와 관련해 국외 전문가들이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항공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콘크리트 벽이 결정적 사고 원인”이라며 “범죄 수준의 시설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종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한 최고의 착륙을 했다. 착륙 구간이 끝날 때쯤 비행기는 거의 손상되지 않았고 화재도 없었다”며 “(공항의 이런 위치에 콘크리트 벽이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했던 사고 여객기는 착륙 직후 비교적 온전한 형태를 유지했지만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 바깥에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시멘트 외벽에 부딪히며 불길에 휩싸였다.
항공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 30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무안국제공항 참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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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마운트는 “조종사들이 시야가 나쁠 때 착륙을 유도하는 계기착륙시스템(ILS) 안테나 자체는 보통 그곳에 있지만, 단단한 구조물에 박혀 있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벽만 없었으면 많은 사람이 살았을 거라고 분석했다. 리어마운트는 “저기 너머는 평평한 지형이다. 공간이 충분히 있어서 비행기가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모두가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활주로 끝에서 약 20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이렇게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것은 정말 처음 본다”고 말했다. 리어마운트는 영국의 항공 전문 매체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에서 오랫동안 편집자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 항공학회에서 최우수상을 두 차례 수상한 항공 문제 전문가다.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의 외곽 콘크리트 담장 너머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로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이 보인다. 무안/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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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에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타이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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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뉴스 편집자 제프리 토마스도 프랑스 공영 뉴스 채널인 프랑스 24에 “왜 소방차들이 활주로에 폼을 뿌리지 않았나, 왜 비행기가 착륙할 때 현장에 없었나, 왜 비행기가 활주로의 그렇게 멀리에서 착륙했나, 왜 활주로 끝에 벽이 있었던 건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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