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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딸이 준 돈으로 장례 치르게 됐다"…사망 태국인 아버지 오열(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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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한국 온 뒤 1년마다 고향 방문…딸과 남편 먼저 귀국

방콕대 4학년, 한국 사는 어머니도 무안공항에 마중 나와

뉴스1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 추락해 179명이 숨진 가운데 사망자 중에는 태국인 2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태국인 A씨와 그의 아버지가 나눈 메시지.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 추락해 179명이 숨진 가운데 사망자 중에는 태국인 2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현지시간) 태국 매체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따니 상그랏 주한 태국대사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인 제주항공 7C 2216편에 탑승한 태국인 45세 여성 A씨와 22세 여성 B씨가 숨졌다고 확인했다.

상그랏 대사는 "서울에 있는 태국 대사관은 태국 국민 2명이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 불행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거나 부상한 사람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마띠촌에 따르면 태국 북동부 우돈타니주(州) 출신의 A씨는 약 7년 전 일하러 한국에 온 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나주에 살고 있다. 1년에 한 번 고향을 방문해 왔다.

이달 초 남편과 함께 태국 여행을 했고, 남편은 지난 14일 두 자녀와 함께 먼저 한국으로 향했다.

A씨의 아버지는 태국 시간으로 사고 전날 23시50분께 A씨에게 "안전한 여행되라"고 보냈고, "네"라는 답장을 받았다.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곧장 딸에게 "비행기가 폭발했다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장이 오지 않자 전화를 걸었다. 화면에는 '음성통화가 수신되지 않았다'는 야속한 메시지만 남았다.

A씨의 아버지는 기자들에게 "나는 내 딸이 한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의 탑승객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뉴스에서만 봤지, 거기 내 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늦게 소식을 들었는데, 아이들이 전화해서 딸이라고 했다"며 "그 소식을 듣고 울다가 이제는 더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자신의 사고를 예측이라도 했던 걸까. 출발 전 아버지에게 "미래에 내 장례식에 사용하라"며 1만 바트(약 43만 원)를 건넸다. A씨의 고향에서는 마을 차원에서 기금을 마련해 장례식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 기금에 사용하라며 자신의 1만 바트를 아버지의 손에 쥐어준 것.

A씨의 아버지는 "진짜로 딸의 장례식을 치른다니"라며 "딸의 시신을 어떻게든 태국으로 송환해 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뉴스1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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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대학교 4학년인 B씨는 한국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여행길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현지 매체 네우나에 따르면 소식을 접한 B씨의 친척들은 B씨가 관광이나 업무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B씨의 어머니는 무안국제공항에 마중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B씨의 삼촌은 "대학까지 다니는 그녀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었다"며 "항공사에서 일하기를 꿈꿨고, 졸업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라며 사고를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애도를 표했고, 외무부에 태국 희생자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을 지시했다.

전날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화재가 발생, 2명만 생존하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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