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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이지영 서울의대 신경과 교수 “GV1001 PSP 2a 임상 데이터 상당히 고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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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출처 = 젬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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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성핵상마비(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PSP)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질환명조차 생소한 희귀질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단받은 환자만 2,500명이 넘고 전 세계적으로는 30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다.

아직 세계 어느 곳에서도 PSP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회복시키는 약은 없다. 세계적으로 희귀난치병 중 하나인 PSP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진행됐고, 그 임상시험에서 세계가 주목할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매경닷컴에서는 한국 최초의 PSP 임상시험을 진두지휘한 서울의대 신경과학교실 이지영 교수(뇌신경과학 박사,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연구 성과를 조명해 봤다.

“PSP, 진단 때 이미 속수무책인 경우 많아…치료제 절실”
PSP는 뇌에 생기는 타우(4 repeat tau) 병증으로 분류되는 신경퇴행성질환이다. 운동장애가 나타나기 때문에 파킨슨병과 감별해야 하는 중요한 비정형 파킨슨증후군으로 분류된다. 파킨슨병보다 발생률이 적으며, 3배 정도 진행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즉, 빨리 사망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실제 앓고 있는 환자의 수는 파킨슨병의 5-10%에 못 미친다. PSP는 진단이 어려운 병이고, 어렵게 진단이 되었을 때 이미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아 신경과 전문의들도 진료하기 어려운 병 중 하나이다.

PSP 국내 2a상 임상시험은 5개 대학병원에서 시행한 무작위배정 위약 대조 두 가지 용량의 평행설계 임상시험이다. 위약(placebo)군이 기존에 알려진 자연 경과대로 진행이 된 데에 비해 투약군에서는 특히 한 치료용량 군에서는 비교적 고르게 긍정적인 신호가 잡혔고, 다른 한 치료용량군에서는 아주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이분화되는 신호가 잡혔다.

Neuro2024 학회는 오로지 PSP만 연구하고 치료제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만 모여서 진행하는 학회이다 보니 한국에서 깜짝 발표를 한 데이터를 보고 놀라는 연구자들이 많았다. 임상시험의 전체 데이터가 나올 논문과 향후 임상시험 진행이 어떻게 될지 굉장히 궁금해했고, 국내 연구자들의 노력에 축하와 격려를 보내줬다.

“GV1001, 치료 패러다임 다른 약물…기존 흐름보다 더 장점”
GV1001은 현재 PSP 치료제 개발의 주 흐름인 안티타우 타깃 치료제들과는 기전 측면에서 치료의 패러다임이 조금 다른 약물이다. 이 부분이 오히려 기존 흐름보다 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신경퇴행성질환이라는 병이 굉장히 복잡한 병리와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 타우 병증이라고 분류되는 병도 사실 다양한 단백 병증 병리가 병의 진행 과정에서 함께 나타나고, 세포 사멸은 복수의 경로로 발생한다.

GV1001은 신경 퇴행의 기전에 해당하는 여러 측면에서 세포 생존을 유도해 주는 신호가 여러 동물실험에서 보였고, 4R PSP 동물모델에서 운동기능 향상과 함께 타우의 응집을 줄여 주기도 했다. PSP 환자들에게 이점을 줄 수 있는 약제로 미래에 입증된다면, 아마도 GV1001이 궁극적으로 PSP를 없앨 정도의 효과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GV1001 2a 임상시험은 일단 데이터를 보면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속적으로 투약을 받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체감을 느끼는 환자도 있을 정도이다. 그다음 순서로는 실제 치료 시 사용할 용량들을 고려한 실질적인 2b 단계의 임상시험을 한가지가 아닌 여러 형태로 진행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은 미국의 시스템에서 볼 때 PSP는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2a 임상시험 데이터를 가지고도 허가 전 단계 임상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패스트 트랙(fast tract)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북미와 유럽의 연구자들과 임상시험 관계자들은 그렇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환자에게 어떻게 투약해야 가장 이 약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 많은 실험과 임상시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부작용이 별로 없고, 주사가 어렵지 않은 약물이어서 미래에 다양한 신경퇴행성질환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볼 필요성이 큰 약물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로부터 시작된 연구…희망 주고 있다 느껴”
PSP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을 우리나라에서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제는 우리나라 의료진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이런 어려운 병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나 치료제를 개발해 주는 병이라 의례 생각되어 왔었다.

이런 어려운 임상시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치료제를 개발해 달라며 꾸준히 관련 논문과 데이터를 한 뭉치씩 제 책상에 두고 가는 환자 가족들이 있었다.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공부를 시작했고, 당시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을 하고 있던 약물의 작용 기전과 효능에 대한 실험자료들을 보면서 PSP에서도 임상시험을 해볼 가치가 있는 약이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고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이 모든 것이 5년 정도의 준비기간 동안 많은 연구자와 회사가 함께 노력한 성과이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환자가 훌륭히 임상시험 프로토콜을 소화하고 1년 연장투여 임상시험으로 넘어간 것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또한, 임상시험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1년 반이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여전히 미소를 지어 주고 인사하는 환자들을 보면 이 약물이 효과가 충분하든 안 하든 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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