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1 (수)

[기고] 1000여 마리 떼죽음… 멸종 위기 산양을 보호해야 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대 야생동물학연구실에서 2003년 강원도 비무장지대 내 서식하는 산양의 개체 수를 조사해 약 300마리로 추정했었다. 현재는 비무장지대에만 1000마리 정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2021년 조사에서는 국내 서식 산양 개체 수를 1630마리로 추정됐다. 산양은 2018년 서울 용마산에서도 목격됐고 2020년엔 인왕산에서도 다른 개체가 목격되면서 활동 지역이 동부 산악 지대에서 서부 내륙까지 확대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렇게 늘어나던 산양이 지난겨울 1000마리 정도 떼죽음했다. 폭설에다가 도로 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편화, 그리고 ASF(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설치한 울타리(약칭 ASF 울타리)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ASF 울타리 1831㎞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산양의 핵심 서식지인 강원도 화천군, 양구군과 설악산 일대에 설치돼 은신처와 먹이를 찾아 이동하던 산양들이 지난겨울 ASF 울타리에 막혀 큰 피해를 보았다.

산양은 세계적으로 2500~1만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동물이다. 산양은 CITES(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보호 대상이고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도 취약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도 멸종 위기 야생 생물 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런 귀한 야생동물이 떼죽음하는 일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산양의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는 겨울철에 먹이를 공급해줘야 한다. 산양이 선호하는 먹이는 콩잎, 땅콩잎, 뽕잎 그리고 시래기 등이다. 농민들이 산양 먹이들을 재배, 산양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농민들과 생물 다양성 계약을 확대해야 한다. 산양 먹이 주기는 DMZ 내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또 산양의 피난 시설(shelter)을 여러 곳에 설치하여 눈이 쌓일 경우 안전하게 휴식할 장소를 만들어줘야 한다. 산양을 탈진, 조난, 낙상 사고 등에서 구조하고 치료하기 위한 응급 구조 시스템도 필요하다. 지역별 산양 보전 협의체를 구성하고, 산양 폐사 방지를 위한 순찰, 구조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강원도와 경북 산악 지대와 DMZ 등 산양 서식지에 대해 보호지구의 설정도 검토해야 한다.

먹이 주기와 응급 구조 시스템 보강과 함께 국내 서식 산양의 정확한 개체군 크기 파악에도 나서야 한다. 개체 수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서식지 환경 특성을 연구해 과학적인 종 보전 관리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잎이 떨어져 시야 확보가 가능한 산림 내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활용해 조사원이 직접 산양 개체 수를 조사하는 방법까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전 세계 산양 개체군의 핵심 서식지인 우리나라가 산양 종 보전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생명 문화재 및 멸종 위기 야생 생물 보전 정신을 고양하기 위한 산양 박물관 건립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명예교수, 前 환경보전협회 회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