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보잉사 관계자,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설)가 있는 둔덕 위에 올라 사고 기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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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안전 미비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조종사의 항공기 착륙을 돕는 설비인 로컬라이저가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뤄지고, 조류 예방 시설도 전혀 없었다. 로컬라이저가 국제 기준에 미달해 안전 착륙이 아닌 오히려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지방 공항이 2~3곳 더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포공항, 무안공항 등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사고 직전 8개월 동안 사장 직무대행이라는 리더십 부재 속에 있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공항 안전을 위한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윤석열 정부가 합작한 무책임 인사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기간이었던 2022년 2월 25일, 3년 임기의 공항공사 사장으로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국정원 출신 인사를 앉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임기 말 알박기 인사에, 공항이나 항공 관련 전력이 전혀 없는 낙하산 인사였다. 전임 공항공사 사장 역시 항공과는 무관한 경찰 출신에 민주당으로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던 인물이었다. 사장만이 아니었다. 공항공사는 2021년 공사 2인자인 상임감사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보좌관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그 역시 노조와 좌파 언론 단체에서 근무했을 뿐 공항 경력이 전혀 없었다.
문 정부가 임명했던 공항공사 사장은 올해 4월에야 퇴임했다. 전 정부 인사들로 이뤄진 공항공사 경영진이 현 정부와 제대로 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2년 넘게 이어진 것이다. 전임 사장 퇴임 이후 문제가 풀린 게 아니라 더 꼬였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과 국토부 차관을 지낸 총선 낙선자를 지난 6월 사실상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책임이 있는 낙하산 인사라며 문제를 삼았고 사장 공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임감사에는 올해 초 기무부대 출신 퇴역 군인이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에게 공항공사는 전문성과 능력이 필요한 공기업이 아닌, 정권의 전리품으로 다뤄졌다.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가 터지면 정치권은 안전 제일주의를 강조했지만, 정작 공항공사처럼 안전과 전문성이 필요한 공기업은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다. 제주항공 참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공항들의 어이없는 문제점들이 탐욕스럽고 뻔뻔한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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