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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특파원리포트] 통일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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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 통해

남한과 단절 키우며 통일 지우기

북한군 사망 기사에는 악플 난무

남남갈등까지… 불가능한 일될라

얼마 전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 얼어붙은 두만강과 강 너머로 보이는 북한 남양시를 바라보며 문득 부치지 못한 손편지를 지니고 있었다는 북한군 병사를 떠올렸다.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다가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로 시작하는 편지를 품에 남기고 사망했다는 그는 나이가 얼마나 됐을까. 그가 있었던 쿠르스크의 전장도 이곳만큼 추웠을지, 생사를 넘나드는 와중에도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마음이 일견 기특하다는 등의 두서없는 감상에 잠시 빠졌다.

세계일보

이우중 베이징특파원


그가 조금 더 북쪽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쯤 두만강변에 모인 중국 관광객들처럼 강 건너에서 중·조(북·중) 87호 경계비를 배경으로 밝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을까. 그보다 차라리 남쪽에서 태어났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급적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은 보지 않으려 하지만 기사를 읽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눈이 간다. 해당 내용을 다룬 기사에도 개인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적군의 죽음을 두고 왜 동정심이 유발되게 기사를 쓰느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우크라이나군이 해줬다” 같은 악의로 가득 찬 댓글이 도드라져 눈에 박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군을 사살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리라. 인터넷 사용이 만약 실명제였다면 이들은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 왠지 저들은 실명을 밝히고도 그런 글을 썼을 것 같고, 사회 분위기마저 그렇게 변하는 것 같아 조금 서글퍼졌다.

저녁에는 북한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술집을 찾아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북한 사람은 저렇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느낌의 종업원이 다가와 “한국사람, 받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했다. 이렇게 남북은 생김새도 더 멀어져 가는 것일까.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대남정책의 기조로 삼은 이후 남한과의 단절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애국가’였던 국가(國歌) 이름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로 바꾸어 표현했고, 앞서 국가 가사 중 ‘삼천리 아름다운 내 조국’이라는 부분을 ‘이 세상 아름다운 내 조국’으로 개사했다. 혁명가요에서도 ‘삼천리’라는 표현을 빼는 등 문화 전반에서 통일과 연관된 것을 지우는 데 몰두하고 있다.

사실 분단은 이미 고착화한 것 같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분단이 아니라 남과 북이 정말 다른 나라로 인식될까 우려된다. 통일에 대한 당위성은 제쳐 둔다 해도 통일을 통해 실리적으로도 얻을 게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일은 대박이다’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장 동력이 막힌 우리로서는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인 혼란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남과 북을 합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남한이 두 쪽으로 갈라지게 생긴 듯하다. 정치권에서의 극한대립, 성별·연령·지역으로 나뉜 사회 전반의 갈등은 날로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통일은 쉽지 않은 일을 넘어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요즘은 좀 덜한 듯한데, 중국과 수교하고 왕래가 자유로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우국충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백두산이나 중국 동북 지역을 찾아 “고토(故土) 수복의 의지를 다졌다”는 소식을 간혹 접한 적이 있다.

솔직히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멀쩡히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영토를 어떤 식으로 되찾아오겠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한때 한민족이 지배하고 생활의 근거가 됐다는 이유로 우리 땅이 돼야 한다는 억지는 납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가 먹힌다면 몽골의 국경은 지금의 모양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 뒤다. 분단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가능성은 작겠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쯤 되면 한반도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지금 간도 지역 고토 수복을 주장하는 것처럼 허황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우중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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