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추모의 물결, 희생자·유가족 향한 국민적 위로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
손글씨, 작은 메모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심 누구보다 ‘큰 위로’로 다가가
이날 공항청사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은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계단 손잡이를 따라 빼곡히 붙여진 포스트잇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무안의 겨울을 잊지 마십시오" 등 추모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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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메모지 중에는 유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남긴 손편지도 눈에 띄었다. 한 메모에는 "어머니, 새해가 밝았네요. 천국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라며 고인을 향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또 다른 메모에서는 아들로 보이는 한 유족이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그 모습을 못 보여주게 됐네"라며 애틋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계속 나를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고 글을 남긴 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분향소를 방문한 후 계단을 오르던 현모(63) 씨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펜을 들어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만나기를 바랍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인천에서 왔다고 밝힌 현 씨는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둘러보는데 계단에 붙은 편지들이 눈에 띄어 하나하나 읽어보다 나도 메시지를 남기게 됐다"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너무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추모의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대표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그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펜과 종이를 나눠주며 "편지를 남겨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은 뒤 깊은 슬픔을 딛고 손편지운동본부를 설립했다. 이후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도 추모객들의 편지를 모아 유가족들에게 전달해왔다.
제주항공 참사 소식을 접한 그는 이번에도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 버스를 타고 무안공항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전남 무안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객들이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 조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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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에 퍼지는 따뜻한 추모의 물결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향한 국민적 위로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글씨는 비록 작은 메모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누구보다 큰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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