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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정부 "관제탑 조류충돌 주의 후 6분만에 사고"..."블랙박스 모두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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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방콕-무안) 추락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당시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주의 경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해당 항공기가 착륙하기 직전 조류 충돌 주의 경보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기는 오전 8시 54분께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의 1차 착륙 허가가 있어 착륙을 시도했고, 이어 57분께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주의했다. 이에 사고기는 곧 재상승해 기체 방향을 바꾸는 복행(Goaround)을 시도했다. 하지만 2분여 뒤인 59분께 사고기는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요청을 관제탑에 보냈다. 그리고 9시께 당초 착륙해야 하는 방향(01활주로)이 아닌 반대편 방향(19활주로)을 통해 착륙을 시도했다.

3분 후인 9시 3분께 랜딩기어를 내리지 않은 채 이 활주로에 착륙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기는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공항 끝단 구조물(외벽)과 충돌 후 동체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 충돌 주의 후 6분여 만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국토부는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조류 충돌로 인해 조종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착륙 시도 실패 후) 올라가다가 1차 복행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기체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동 경로가) 짧은 쪽으로 허가받고 내려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고 동영상 등을 보면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랜딩기어가 고장 났다고 하더라도 착륙 시에는 자동으로 펴지거나 수동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랜딩기어가) 왜 안 펴졌는지는 분석을 통해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엔진 고장이 랜딩기어 고장으로 이어진 것이냐는 질문에는 “통상적으로 엔진 고장과 랜딩기어 고장이 연동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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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 등 블랙박스는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블랙박스 회수 후 조사 기간이 상업용 여객기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며 “기체·조종·절차 등 문제와 외부 요인 등이 복합적이라 규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체가 외국에 제작(보잉사)됐고, 제조사를 통해 조사 장비와 기술 의뢰 등을 받아야 한다. 사고기의 과거 고장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제주항공으로부터 정비 이력을 제출받아 관련 법령에 따라 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무안공항에 조류 충돌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인력이 없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국토부는 “사고 당시 공항에 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조류 충돌 관련 업무는 1명의 인원이 3교대로 수행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로 길이가 사고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국토부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인천국제공항(4000m)·김포국제공항(3600m)·제주국제공항(3180m) 등에 비해 짧다. 다만 대구국제공항(2755m)·청주국제공항(2744m) 등은 무안국제공항과 활주로 길이가 짧거나 비슷하다. 이에 무안공항은 기존 2800m의 활주로를 360m가 늘어난 총 3160m로 연장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인데 그 전에도 사고기 크기의 C급 항공기들이 계속 운항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오후 6시 30분 현재 항공기는 전소했으며 태국 국적 2인 포함 승객 175명, 승무원 6명 등 총 탑승객 181명 중 사망자는 177명, 실종자는 2명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2명이 구조돼 서울로 이송됐는데, 구조된 2명은 모두 승무원이다. 사망자는 무안공항 내 설치된 임시 영안실에 안치 중인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유가족과 협의하여 외부 이송할 예정이다. 현재 현장에서는 항공사고조사관 8명, 항공안전감독관 9명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를 내년 1일 오전 5시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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