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경제부 기자 |
2024년 12월 31일 현재, 최고 권력자에게 씁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되겠네요. 18자 길이 직책만큼이나 어깨도 무거울 겁니다. 대통령은 자취를 감췄고, 국무총리는 쫓겨났으니, 국무위원 서열 3위인 당신이 신년 편지의 수신자입니다.
‘엘리트 경제관료’ 당신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서울대 법대(사법과) 4학년 시절인 1985년 행정고시 합격→법대 수석, 전체 차석 졸업→재무부(기재부 전신) 사무관→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기재부 정책조정국장·경제정책국장→박근혜 정부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윤석열 정부 경제수석·부총리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야인(野人)으로 지냈지만, 대체로 탄탄대로를 걸었습니다. 지난해 초 저녁 자리에서 만난 부총리로서 당신의 포부를 기억합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안전재난대책 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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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까지 올랐으니 자리 욕심은 없다.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에 대해 고민해 대책을 내는 것이 관료의 역할이다. 오래 가슴에 담아두었던 대한민국 ‘역동 경제’를 이루고 가는 게 꿈이다.”
역동 경제가 무색합니다. 신년 권한대행의 과제는 당장의 리스크(위험) 관리입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1500원 코앞까지 떨어졌습니다. 코스피는 2400선까지 추락했습니다. 내수는 침체한 지 오래고, 버팀목인 수출마저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측했습니다. 1%대 성장 자체가 위기입니다. 위기만 잘 극복해도 경제관료로서 역할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권한대행의 최근 한 달을 돌아봤습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경제관계장관회의, 국무회의 등 일정으로 빼곡합니다. 여기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수습 회의까지 추가됐습니다. 추락한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대내 신인도’부터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헛방입니다. 결국 탄핵 정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입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사흘 뒤 열린 비공개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권한대행의 “어차피 대통령 탄핵은 기정사실” 발언에 파문이 일었습니다. 기재부는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반박과 별개로, 실제 탄핵에 대한 대행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마침 시한부지만 최고 권력자가 되었습니다. 한국 경제의 번영을 위해 경제 관료를 꿈꾸던, 역동 경제를 말하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좌고우면 하지 말고 부디 국민과 역사만 보고 가시기를. 푸른 꿈을 지녔던 서울 법대 시절 당신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거라 믿습니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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