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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전문가들 “단순 버드스트라이크? 정상적인 항공기라면 발생 힘든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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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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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탈주로를 이탈해 외벽에 충돌한 뒤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대다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드스트라이크 발생으로 랜딩기어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버드스트라이크로 엔진이 이상을 겪었더라도 축압기 등 안전장치가 잘 작동했다면 큰 참사로까진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분석했다. 사고 원인이 복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관중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비행기의 착륙을 돕는 랜딩기어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착륙할 때 충격을 흡수하고 감속시켜주고, 조향(방향조절) 역할도 하는 등 항공기 운항 안전에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랜딩기어가 적절히 나오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져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항공기의 구조적 기체 결함 때문인지 정비 불량 때문인지, 아니면 버드스트라이크라는 물리적 충돌 때문인지 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비행기에 버드스트라이크가 발생했다는 증언 등이 나오는 등 사고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이 교수는 버드스트라이크만으로 착륙에 실패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도 했다. 그는 “항공기의 모든 동력을 엔진에서 만들어 버드스트라이크로 엔진이 고장났다면 1차적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랜딩기어를 설계할 때 압력을 미리 저장해두는 ‘축압기’가 있어 보통 한 번 정도는 랜딩기어를 펼칠 수 있는데 이것이 작동을 안 했다는 게 의아하다”고 했다.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고장만으로 착륙에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짧은 활주로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고 크게 난 것은 활주로가 짧기 때문”이라며 “동체 착륙까지는 조종사가 잘해낸 것 같은데 랜딩기어가 작동을 안 해 동체상 마찰력으로만 멈춰야 하다 보니 결국 끝에 있는 둔덕에 부딪히면서 동체가 쪼개져 화재가 발생한 것 같다. 활주로가 더 길었다면 이 정도 사고는 안 났을 것”이라고 했다.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도 하나의 결함만으로 큰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안 박사는 “어떤 물리적 충돌로 유압이 작동을 안 하더라도 비상으로 유압이 작동되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며 “랜딩기어를 작동시키는 유압펌프 자체도 이중으로 돼 있고, 한쪽 엔진이 고장나도 반대편 엔진에 의해 동력이 공급되게 돼 있으며, 이 또한 안 될 경우 축압기라는 장치도 존재한다”고 했다. 즉 3중으로 예비장치가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작동이 안 됐다는 건 상당히 이상한 경우”라며 “정상적인 항공기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사고”라고 했다.

[무안=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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