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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응답하라 1999"…25년 전 꿈꾼 '과학강국' 실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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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과기부의 장기발전 비전, 현실과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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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린 '미래 도시' 풍경 일러스트 /사진=기자가 이미지 생성 AI '달리(DALL·E)'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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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진입을 앞둔 1999년, 우리나라가 세웠던 '25개년' 과학기술 청사진이 상당수 실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부(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99년 12월, '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 장기발전 비전'을 발표했다. 21세기를 코앞에 둔 한국의 미래가 과학기술의 진보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전망하고, 주요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육성 계획을 세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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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향한 과학기술 장기발전 비전' 표제/사진=KDI 경제정보센




당시 과학기술부는 2025년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경쟁력 세계 7위 △정보화지수 5위 △공공·민간 R&D(연구·개발) 투자 630억달러(약 92조원) △R&D 인력 31만명 달성 등이 목표였다.

분야별로는 정보기술, 소자 및 재료기술, 생명과학, 에너지, 우주를 꼽았다. 차세대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1인 1PC·1인 1이메일(E-mail)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또 초소형 다기능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다단계 우주 발사체 개발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999년 기준 10년 뒤였던 2010년대까지 노벨과학상을 배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초과학에 안정적인 투자를 이어가 우수 연구집단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2010년 한국 기초과학이 세계적 수준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목표였다.

25년이 지나 2025년이 실제 다가온 현재, '21세기 과학기술 발전의 비전과 목표'의 상당수는 실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치를 훨씬 뛰어넘은 결과도 나왔다.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4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67개국 중 20위를 기록한 가운데 과학 인프라는 세계 1위로 꼽혔다. 순위는 2018년 7위를 기록한 뒤 지속해서 상승했다. 1999년 당시 세운 목표는 2025년도 세계 7위권 달성이었다.

한국전산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무선초고속인터넷 가입가구 수, PC 보유가구수 등을 기준으로 수준을 매기던 정보화지수는 2007년 세계 3위를 달성한 바 있다. IMD가 발표한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는 올해 세계 6위를 차지했다. 디지털 기술을 연구·개발해 응용할만한 경제적 능력과 준비 정도를 평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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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가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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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공공·민간 R&D 투자액은 2022년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엔 5.7% 더 오른 119조원을 기록했다. R&D 투자액의 76%는 민간에서 나왔다. 대기업이 전체 민간 R&D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4.96%였다. 1999년에 제시한 '2025년 R&D 투자액 92조원' 목표는 초과 달성, 'GDP 대비 5%' 목표는 근접했다. R&D 인력의 경우 2025년까지 31만명 양성이 목표였는데, 2023년 이미 목표치의 약 2배인 60만명을 넘어섰다.

우주 분야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이후 2013년, 처음으로 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후 설계부터 제작, 시험까지 100% 국내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가 등장했다. 누리호는 2022년 처음 발사된 후 2023년 3차 발사까지 진행한 상태다. 내년 4차 발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혁신적 산업기술 지원 △R&D 과정에서의 유연성·신속성 제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 재정립 등 1999년부터 2025년까지 여전히 '목표'로만 남은 과학기술 정책 과제도 산재하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아직 배출되지 않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커뮤니케이션)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정책결정권자가 분명하며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 비전이 과학기술인을 진정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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