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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의사들도 못 막은 '정시 이월'…의협 "교수 인건비, 의대생 안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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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의대 증원 여파로 전국 의대 정시 이월 인원이 100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 시작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2024.12.30.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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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뽑는 정시전형이 결국 31일 시작됐다. 그간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해 의사집단에선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부터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뽑아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지만, 수시전형이 진행되면서는 "수시 합격자 미등록자의 정시 이월이라도 막아야 한다"며 버텼다. 하지만 결국 의대증원분에 대한 조정 없이 정부의 의대증원책이 현실화한 셈이다.

3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4년제 대학들은 이날부터 내년 1월3일까지 각자 일정에 따라 2025학년도 정시 원서를 접수한다. 교육부가 전날(30일) 오후 6시까지 각 대학 홈페이지와 유선 확인을 통해 전국 의대 수시 미충원 인원과 정시 이월 규모 현황을 파악한 결과, 총 105명이 정시로 잠정 이월됐다. 이에 따라 전국 39개 의대의 정시 선발 인원은 당초 1492명에서 이월분을 더한 1597명으로 늘었다.

이번 정시 이월 규모(105명)는 지난해(33명)보다 3.2배로 많이 늘어난 것으로, 최근 6개 학년 중에선 3번째로 많다. 앞서 의사들이 "수시 합격 미등록자의 정시 이월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대로 받아들여졌더라도 기존 정원(3058명)보다 많은 4462명이 정원이 된다.

이번 수시전형에선 의대 증원으로 중복 합격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대학 중복 합격 시 지방 대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가천대 등 수도권 의대 대부분의 정시 이월 인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정시 이월 인원이 적을수록 수시에 합격한 후 이탈하지 않고 최종 등록까지 마쳤다는 의미다.

반면 지방 대학 의대의 이월 인원은 눈에 띄게 많았다. 전국적으로 대구가톨릭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대·건국대가 11명, 부산대가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고신대(8명), 전북대(7명), 인제대(5명), 을지대(4명), 조선대(4명), 건양대(3명), 가톨릭관동대(3명), 경상대(3명 ), 연세대 원주캠퍼스(3명)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대부분이 지역 소재 의대로, 지난해보다 이월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수시 미충원 인원을 반영한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31일부터 내년 1월 3일 사이 대학별 일정에 따라 이뤄진다. 교육부는 다만 해당 자료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수시 모집 미등록 인원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집계 결과는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정시모집 인원이 조정되지 않자 "의학교육 파탄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까지 무너졌다"며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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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의대뿐 아니라 약대, 치대, 한의대도 수시모집에 합격했지만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최상위권 수험생이 의약학 계열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중복 합격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4.12.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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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30일 '의대정원 증원 재정 지원의 문제점'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의대 증원 이후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비대위는 "2025년 정시 모집을 앞두고 정부는 의학교육 개선을 위해 증원된 의대에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교육부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관련 예산은 국립대 지원 공사비 예산 1432억원, 기자재 예산 75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심각한 건 교수에 대한 지원이다. 전체 국립대학 '인건비' 항목은 4억6000여만원만 증액돼, 교수와 행정직원 증원에 필요한 인건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생이 2~5배 늘었는데 실질적 대책은 전혀 없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내년에 휴학생이 복귀하면 교육 인원이 2배 이상 증가해, 안전 대책도 시급하다"면서 "이를 방치하면 과다하게 입학한 학생들만 피해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이 물거품 된 만큼, 2026학년도 증원 규모에 대한 협상에 서둘러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본과 학사 일정은 다른 학과보다 빠른 1~2월에 시작된다. 이런 의대 특성상 적어도 내년 1월 안에는 2026학년도 정원 논의도 결론 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수호 의협 회장 후보는 24학번 휴학생과 25학번 신입생에 대해 자율적으로 2025년, 2026년 두 해로 나눠 수업을 듣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SNS에서 "(이렇게 나눈 후) 2026년도 의대 입시를 중지하는 것만이 (현재로선)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2025년에 늘어난 의대 정원(1509명 증원)은 2027년부터 3~5년에 걸쳐 줄여서 제로 베이스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의대 증원 여파로 연세대 자연계열 수시 합격 포기자가 1046명에 달했다'는 최근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대책 없는 의대증원은 이공계의 몰락과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어떤 폐해를 가져올지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해 (내가) 비관적인 이유"라고 비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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