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강달러' 악재 쌓인 증시…
미장·코인으로 떠난 투자자들
2024년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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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비관론이었다. 국내 증시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부진을 시작으로 하반기 내내 악재에 시달렸다. 이에 올 한해 250조원이 증시에서 증발했다. 국내 증시에서 발을 뺀 투자자들은 미국주식과 코인으로 눈을 돌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의 시가 총액은 1963조3328억원, 코스닥의 시가총액은 340조1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2023년 12월28일 코스피 시총이 2126조3720억원, 코스닥 시총이 429조391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만 국내 증시에서 약 250조원이 넘게 증발한 셈이다.
지난 7월11일 장중 2896.43으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며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 도달) 기대감을 받던 코스피는 8월5일 '블랙 먼데이' 사태로 하루만에 8.77%가 빠졌다. 사태 수습을 위해 한국거래소는 4년2개월 만에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 일시정지(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휘청인 충격도 컸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468조6279억원이었던 삼성전자 시가 총액은 이날 기준 317조5924억원으로 내려앉으며 일년 새 약 148조원이 증발했다. 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둔화 우려와 3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난 11월11일에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98배를 기록하며 PBR 1배가 깨지기도 했다. PBR 1배 이하는 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하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반기 내내 이어졌던 미국 대선 불확실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 당선으로 충격을 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11월13일 코스피는 2.64% 하락했다. 미국 대선일(11월5일)부터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된 11월13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6.2% 빠졌다. 지난 3일 벌어진 계엄 사태의 충격도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커지는 정치 리스크와 원/달러 환율 급등에 코스피는 지난 9일 장중 2360.18까지 내려오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 2024년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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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거래대금은 쪼그라드는데…미장·코인 열기는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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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와 코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보유액)은 지난 26일 기준 1178억6832만달러(173조3607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442억2871만달러(65조515억원) △2023년 680억2349만달러(100조489억원)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해 말 대비 약 73% 늘어난 규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실화된 지난 11월부터 '투자 이민' 우려는 현실화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11월 1061억4336만 달러를 기록하며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11월 국내 증시 거래대금은 15조4026억원으로 전월인 10월(16조6651억원)에 비해 1조원 넘게 증발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일반 투자자의 월 평균 미국 증시 거래대금은 국내 증시 거래대금의 25% 수준까지 증가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국내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국내 일반 투자자들이 더 높은 성장과 수익을 찾아 해외로 자금을 이동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도 "비교적 단기 영향권에 있는 정치 리스크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주요국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본 체력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미 수년 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거래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들은 미국 등 해외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선 이후 코인 가격이 연일 폭등하며 코인 시장도 활황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1559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10월 말 1498만명을 기록한 것에 비해 한 달 새 약 60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가상자산 거래대금도 국내 증시 거래대금과 맞먹을 수준으로 불어났다.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11월 말 기준 거래대금은 14조9000억원으로 이 기간 코스피(9조9214억원)와 코스닥(6조9703억원)을 합한 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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