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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 가족과 카톡에 “새가 날개에 꼈어... 유언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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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충돌 사고가 난 여객기에 탄 탑승객이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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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 중 여객기가 충돌‧화재가 난 원인을 두고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뉴스1에 따르면 한 사고 여객기 탑승객은 29일 오전 9시쯤 가족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하는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언제부터 그랬느냐’는 물음에 “방금. 유언해야 하나”라고 답한 뒤 연락이 끊겼다. 무안공항 주변은 논과 습지가 많아 조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무안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정모(50)씨는 연합뉴스에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며 “일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듯 2~3차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여객기가 다시 상승했지만 높이 오르지는 못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사고 후 구조된 승무원은 소방본부에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펑’ 소리와 함께 폭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생존자는 목포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사고 목격자는 SBS에 “비행기가 낮게 날더라. 후미 쪽에서 불꽃이 보였고 ‘쾅’ 소리가 들리더니 무안 공항을 지나쳐서 다시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오다 추락한 것 같다”고 했다.

사고 직전 촬영된 영상에서는 비행기 오른쪽 엔진 부분에서 화염이 일어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상으로 내려온 여객기는 속도 제어를 하지 못하고 빠르게 활주로를 달리다 담을 들이받고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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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충돌 사고가 난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오른쪽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한 모습이 포착됐다. /X(옛 트위터)@tepalzoa


여객기는 조류 충돌로 엔진과 유압계통에 고장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활주로 담벼락에 충돌하며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충돌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승객이 173명, 나머지 2명은 태국인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탔다. 소방, 항공 당국은 인명 구조 및 사상자 확인 작업과 함께 블랙박스 데이터를 토대로 활주로 주변 조류 흔적을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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