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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죄수들을 전쟁터에?…"죄 짓고 새 기회 받아" 사살된 북한군 일기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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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 정경홍이 쓴 일기. /사진=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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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장에 파견됐다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전사한 북한 병사의 메모 일부에서 북한이 범죄 이력이 있는 자를 파병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2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Special Operations Forces)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경홍'이라는 이름의 북한군 하병사가 생전 지니고 있던 수첩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는 모눈종이 위에 파란 볼펜으로 휘갈겨 적은 메모로,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다. 이 글을 쓴 병사는 우크라이나 군과 전투 중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경홍은 "나는 은혜로운 당의 품에서 자라며, 세상의 어떤 걱정 없이 마음껏 배우며 성장했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조국 방위는 민의 신성한 의무"라며 "조국이 있어야 나의 모든 행복이 있기에 경애하는 사령관 동지를 지키기 위해 혁명의 군복을 입고 싸운다"고 적었다.

이어 정경홍은 "중대 주임상사로 승진할 기회라는 축복이 주어졌으나 당의 사랑도 저버리고 최고사령관 동지에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며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나의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재생의 길을 열어줬다"고 했다.

정경홍이 복무 중 죄를 저질렀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서 러시아에 파병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북한이 단순 병사가 아니라 정예 전사를 보냈다"며 "정경홍이 어떤 잘못으로 인해 전쟁터에 보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경홍은 "이제 남은 것은 보답의 길밖에는 남지 않았다. 저는 이번 작전에서 대오의 맨 앞에서 달려 나갈 것이며 나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무조건 따를 것이다. 김정은 붉은 특공대의 무패의 용감성과 희생성을 온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승리하고 조국으로 돌아가면 어머니 당에 청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홍은 무엇을 당에 청원할 계획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메모 내용을 미루어 보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는 범죄자 출신으로 귀국 시 사면이나 감형 등을 약속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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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Special Operations Forces)가 공개한 북한군 병사 '정경홍'의 수첩 메모. 북한군 병사 셋이 조 하나를 이뤄 드론을 격추시키는 방법이 적혀 있다. / 사진=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S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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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는 '정경홍' 이름이 적힌 신분증과 시신 사진, "그리운 조국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로 시작되는 일기와 북한군 병사 셋이 하나의 조를 이뤄 드론을 격추하는 전술인 이른바 '드론 사냥법'이 담긴 메모를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부터 러시아 쿠르스크에 자국 특수부대인 폭풍군단 등 병력 1만1000여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전선을 뚫는 역할을 맡고 있고, 드론 공격까지 처음 당하면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쿠르스크에서 북한군 3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이 현재까지 파악한 북한군의 피해는 사망 100여 명, 부상자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최초의 북한군 포로가 사망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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